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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가사 노동자들의 절규 “10년 일해 아파도 산재 인정 못 받아”

등록 2018-06-18 17:11수정 2018-06-18 18:17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인정되지 않아
“임금 떼일 위험에도 법적 보호 기대 못해”
가사노동자보호법 1년째 국회 계류 중
YWCA, 한국가사노동자협회 회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가사 노동자 권리를 침해하는 '3대 걸림돌 깨뜨리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YWCA, 한국가사노동자협회 회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가사 노동자 권리를 침해하는 '3대 걸림돌 깨뜨리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가사 노동자 ㄱ씨는 최근 한 달 치 서비스요금인 88만원을 떼일 뻔했다. 한 달간 고객 집에서 유치원생 아이를 돌보며 청소 등을 제공했는데, 고객이 서비스료를 입금하지 않고 차일피일 이뤘기 때문이다. 결국 ㄱ씨는 수차례 고객의 집으로 직접 찾아간 끝에 밀린 요금을 받을 수 있었다. ㄱ씨는 “당시 고객에 대한 서운한 마음과 서비스요금을 떼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며칠을 지냈다”며 “가사 노동자는 임금을 떼여도 법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가사 노동자가 노동자로 인정받았다면 이런 일은 겪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가사도우미’ 등으로 불리는 가사 노동자들이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며 잇따라 거리로 나오고 있다. 한국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연합회와 한국가사노동자협회는 18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사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권 보장을 위해 국회는 속히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을 제정하라”고 외쳤다. 또 다른 가사 노동자 단체인 전국가정관리사협회와 한국여노도 국제가사노동자의 날이었던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사 노동자도 당당한 노동자”라고 말했다.

가사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은 ‘가사 사용인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는데, 가사 노동자들은 이 예외규정 탓에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근기법상 근로자가 아니기에 4대 보험과 퇴직금, 실업급여 등도 받지 못한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가사 노동자 이순영씨는 “10년 이상 가사노동 근무로 근골격계 질환이 생겨도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한다”며 “고객이 서비스비용을 주지 않아도 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증언했다.

집회에 나온 가사 노동자들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가사근로자법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가사 노동자 보호법안은 2010년부터 꾸준히 발의되고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해 정부가 낸 법안을 포함해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가사 노동자 보호법안이 3건 계류되어 있다. 모두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이 가사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차경애 YWCA복지사업단 이사장은 “약 30만명이 가사노동에 종사하고 있으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 환노위는 법률안을 조속히 통과해 30만 가사 노동자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도 “가사 노동자도 최저임금, 사회보장을 받고 싶다”며 “국회 무관심과 정부의 소극적 대처로 1년째 표류하는 법안이 이번에 통과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안을 낸 서형수 의원실 쪽은 “가사노동은 인류사에서 가장 오래된 노동임에도 현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이라며 “하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이 끝나면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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