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이 구매·마케팅·영업지원·전산지원 등 각종 행정지원의 대가로 ‘어드민피’(Administration Fee, 가맹점 서비스수수료)를 거두기로 합의했다면 불공정행위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다만 별도의 합의서 없이 거둔 어드민피는 부당하므로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강아무개씨 등 피자헛 가맹점주들이 한국 피자헛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양쪽의 상고를 모두 기각해 원고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한국 피자헛은 2007년 3월부터 가맹점 서비스수수료 명목으로 가맹점주들에게 가맹계약서에 없는 어드민피를 받아왔다. 처음에는 총매출의 0.3%였으나 2012년 4월부터는 0.8%를 일괄적으로 징수했다. 이후 2012년 5월부터는 가맹점주와 어드민피 합의서를 작성했다. 가맹점주들은 "어드민피 부과는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한국 피자헛이 재계약 가맹점주들로부터 받은 어드민피 지급 합의서는 가맹사업법상 불공정행위에 해당하고, 신규 가맹점주들과의 합의서는 약관규제법상 불공정한 조항에 해당해 효력이 없다”며 어드민피 부과 전체가 위법하므로 모두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가맹계약에 부과근거가 없는 어드민피를 가맹점주에게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면서도, 가맹점주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어드민피 부과에 대해 합의하면 그 이후의 어드민피 부과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자헛이 제공하는 구매대행, 마케팅, 전산지원, 고객상담실 운영 등의 업무 대가는 최초 가맹비나 고정 수수료에 포함되지 않아 이들 비용을 가맹점주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다”며 "합의서 작성은 어드민피 부과의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합의서 작성 이후 받은 어드민피는 부당이득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미 많은 자본을 투자한 가맹점주들에게 가맹계약 때 합의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은 합의를 사실상 강요하는 것’이라는 가맹점주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행위가 불공정거래행위나 공정을 잃은 약관 조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합의서에 관한 설명의무도 이행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점 등을 근거로 가맹점주 73명 가운데 48명에 대해서만 승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모두 옳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합의서 없는 어드민피 부과에 대해선 "프랜차이즈 본사가 공정거래위에 제출해 공개하는 정보공개서에 가맹점주에게 불리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해서 그런 내용이 별도의 합의 없이도 가맹계약에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충분한 설명이나 실질적인 협의가 없었고, 어드민피의 구체적 내용을 점주들이 알고 있었다거나 부과를 용인했다고 볼 사정도 없었으니 이에 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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