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행 정상이라면 음주측정 거부 처벌못해”
대법원 “혈중농도 0.05%↑ 인정할만한 이유 있어야”
음주운전을 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면, 음주 측정을 거부했다고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는 음주운전 측정을 거부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권아무개(55)씨의 상고심에서 “음주측정 불응죄를 적용할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 합의부로 보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음주측정 불응죄가 성립하려면 적어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음주운전 인정 기준) 이상의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음주감지기를 통한 음주반응과 함께 개별 운전자의 외관·태도·운전행태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음주감지기에 의한 1차 시험에서 음주 반응이 나왔는데도 권씨가 경찰관의 호흡측정기에 의한 음주 측정 요구에 불응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당시 권씨의 얼굴색이 붉었을 뿐 말과 보행 상태는 정상이었고, 위드마크 공식으로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를 계산해도 0.008%였으므로, 0.05% 이상의 음주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권씨는 지난해 8월 소주 한잔 반을 마시고 자신의 차를 운전해 귀가하다 음주 측정을 거부한 혐의로 약식기소되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