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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법관 후보 10명이 직접 뽑은 “나의 판결, 나의 변론”

등록 2018-06-25 16:18수정 2018-06-25 18:49

노동·시국·인권 등 자신의 대표 판결 등 대법원 누리집에 공개
김명수 대법원장 26일까지 의견수렴 뒤 문 대통령에 임명제청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원세훈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첫 유죄 판결, 국가보안법 위반 간첩 사건 무혐의 취지 파기환송 변론, 북한 정권 정당성 옹호 재미동포 강제퇴거 정당 판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오는 8월 퇴임하는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후임으로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추천한 대법관 후보 10명이 자신이 직접 고른 대표 판결과 변론, 주요 활동을 대법원 누리집에 공개했다. 지난 5월 바뀐 대법관 제청 절차에 따라 새로 도입된 절차다. ‘형평성’을 고려해 후보 1인당 5개 내외로 한정했는데, 각 후보들은 자신의 판결 또는 변론이 가져온 사회적 변화, 법률 해석의 타당성, 투영된 가치관 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대표 사례를 고르는데 공을 들였다. 과거에는 최종 낙점된 대법관 후보의 주요 판결 취지를 대법원이 두루뭉술하게 요약한 보도자료를 내는게 다였던 것에 비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진영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내용까지 직접 공개한 이들이 상당수다. 김 대법원장은 오는 26일까지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뒤 조만간 문재인 대통령에게 후임 대법관 임명을 제청한다.

■ 노동 사건 전문 김상환(52·사법연수원 20기) 서울중앙지법 민사1수석부장판사는 현재 검찰의 ‘사법 농단’ 수사 핵심 의혹인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대선 여론조작 사건 항소심 판결을 자신의 주요 판결 ‘1번’으로 올렸다. 그는 “국정원이 실행했던 사이버활동이 공무원의 정치관여임과 동시에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명백하게 밝히면서 책임을 물은” 판결이라며, “증거로 인정되는 사실관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했다. 공무원의 헌법 및 법률 준수 의무의 엄중함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는 김 수석부장판사의 항소심 유죄 판결 전후로 판결 동향을 파악하고 청와대와 긴밀히 소통한 정황이 최근 드러났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김 수석부장판사가 유죄 판결 근거로 삼은 핵심 증거능력을 대법관 13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그는 또 이명박 정부 시절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주최자인 시민사회단체를 상대로 정부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도 주요 판결로 꼽았다. “일부 참가자의 일탈행위에 대해 행위자뿐만 아니라 주최자까지 배상책임을 확대하면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달았다.

후보 10명 중 유일하게 판사 경력이 없는 김선수(57·〃 17기) 변호사는 1990년 홍성담 화가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대법원 파기환송 사건 변론을 맨 앞에 내세웠다. 김 변호사는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 파기환송”됐다는 판결 내용과 함께 “(1996년) 사법연수원 교수들이 뽑은 10대 판결에 포함됐다”고 소개하며 “변호인 접견교통권을 헌법상 권리 차원으로 격상시키는 등 형사소송절차를 한 걸음 진보시킨 판결”이라는 당시 사법연수원 교수들의 선정 이유를 덧붙였다.

두 후보는 제청 후보자 중 노동 관련 사건을 대표 사례로 가장 많이 꼽았다. 주요 경력으로 중앙노동위원회 심판담당 공익위원(2000년 1월~2005년 1월)을 적어낸 김 변호사는 비정규직 보호 확대를 이끌어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예스코 불법파견 사건) 등 3건의 노동사건 변론을 꼽았다. 법원 노동법 커뮤니티 회장인 김 수석부장판사도 긴박한 경영상 필요 외에 해고대상자 선정의 합리적 기준을 제시한 대림자동차 정리해고 사건 등 2건의 노동사건을 소개했다.

■ 사회적 약자 및 현안 강조 여성 후보자들은 성평등과 아동보호·장애인·탈북자 문제 등 사회적 약자·소수자 관련 판결을 주요 판결로 선택했다. 노정희(54·〃 19기) 법원도서관장은 지난해 어머니 성으로 바꾼 자녀도 종중 회원이 될 수 있다고 판결했는데, “종중의 현대적 의의, 헌법의 양성평등 원칙에 충실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뒀다. 또 장애인 성폭력범죄가 발생한 사회복지법인 임원 해임 판결, 탈북자 인적사항 언론 공개에 대한 국가배상 판결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판결을 주로 꼽았다.

이은애(52·〃 19기)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양육권을 확대한 판결, 위법한 공무집행에 저항한 체포 피의자의 권익을 보장한 판결, 공해소송 인과관계에서 가해기업의 입증책임을 강조한 ‘꿀벌 폐사’ 판결 등을 꼽았다.

자살, 난민, 미투 운동, 대기업 갑질 등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현안 관련 판결을 소개한 이들도 있다. 문형배(52·〃 18기) 부산고법 부장판사는 2007년 자살하려 불을 질렀다가 기소된 피고인에게 “자살”을 열 번 외치게 한 뒤 “우리 귀에는 살자로 들린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라는 책을 선물했던 사건을 주요 판결로 소개했다. 임성근(54·〃 17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지난 4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소개하며, “미투 운동이 한창인 우리 사회에 성희롱 2차 피해에 대한 배상 기준을 제시했다”고 짚었다. 이동원(55·〃 17기) 제주지법원장은 지난해 서류심사만으로 유아의 난민 인정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는데, “유아에 대한 난민 면접 절차의 기준을 제시한 선례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법원장은 또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당연 상실 판결, 토크콘서트에서 북한 정권 정당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한 재미동포 신은미씨 강제퇴거 조치 정당 판결을 대표 판결로 꼽았다.

한승(55·〃 17기) 전주지법원장은 백혈병 등 난치병 치료을 위해 꼭 필요한 의료행위의 경우 ‘임의비급여’를 불법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주요 판결로 꼽았다. 그는 “의료현장에서 논란이 됐던 사안에 대해 기존 대법원 판례와 배치되는 판결을 했고,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서 이 판결을 주요 견해로 받아들여 판례를 변경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10월 일제고사를 거부했다가 해임된 교사 7명의 해임처분이 위법하다는 자신의 첫 판결을 주요 판결로 꼽았다. 그는 “전국 최초로 해임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선고했고, 그 후 같은 판결이 이어져 모두 구제됐다”고 평가했다.

■ 법원 안팎 소통 능력 사법행정과 연구 경력을 더 강조한 이들도 있다. 노태악(55·〃 16기) 서울북부지법원장은 ‘더 나은 재판 따뜻한 법원’, ‘시민과 함께 하는 녹색 법원’ 등 “국민 눈높이 소통 노력”을 주요 활동으로 제시했다. ‘법원, 법관 그리고 소셜네트워크‘ 심포지엄 개최, ‘법관의 올바른 SNS 사용지침서’ 등 구성원 간 소통 방식에 대한 ‘선구적’ 연구도 내세웠다. 여성 후보인 이선희(52·〃 19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후학 양성’을 강조하며 “성균관대가 로클럭 배출 1위 성과를 거두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자평했다. 임성근 법원장은 2014년 <새로 쓰는 형사판결서> 발간 총책임자 경력을 소개하며 “알기 쉬운 판결서 개선 노력”을 주요 업무로 들었다. 김선수 변호사는 사법개혁위원회 위원(2003년 10월~2004년 12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간사 겸 기획추진단장(2005년 1월~2006년 12월)을 주요 경력으로 적어내며 “법학전문대학원, 국민참여 형사재판, 공판중심주의 등 형사소송법 개정 등 3대 사법개혁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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