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 2016년 8월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철성 경찰청장이 역대 경찰 수장 가운데 처음으로 60살 정년을 채우고 30일 퇴임한다. 이 청장은 퇴임을 앞둔 26일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24살 철없는 젊은이가 경찰에 들어와 36년 임기를 마치고 정년퇴임하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청장은 1982년 순경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한 뒤 1989년 재직중 간부후보생 시험에 합격해 경위로 재임용됐다. 순경부터 시작해 치안총감까지 전 계급을 경험한 것은 이 청장이 유일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청장이 되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자리를 지킨 ‘장수의 비결’을 묻는 말에 이 청장은 “관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소탈하게 말했다. 그는 이어 “공무원으로서 임명권자의 뜻을 따랐을 뿐”이라며 “정부가 바뀐 뒤 거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버틸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퇴임을 며칠 앞두고 임기 가운데 가장 큰 ‘이벤트’였던 2016년의 ‘촛불집회’에 대한 소회도 털어놨다. 이 청장은 “사상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고 민심의 흐름이 크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경찰로서 시대정신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집회 참가자들이 질서를 잘 지켜줘서 폭력 집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경찰청장으로서 당시 촛불집회에 유연하게 대처했던 이유는 결국 시민의식과 시대정신에 대한 믿음이었던 셈이다.
이 청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서는 “경찰이나 검찰이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두 조직이 다양한 의견을 교류하며 서로가 건전한 경쟁·협력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이 청장은 퇴임 이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나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좀 쉬려고 한다. 다만 요리와 제빵은 좀 배우고 싶다”며 웃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