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회사에서 공급받은 밴드, 멸균 장갑, 콘택트렌즈 세정제 등 의약외품을 자신들이 생산한 것처럼 재포장해 판매한 것은 의약외품 제조·판매행위로 약사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제조업 신고도 없이 다른 제조업자로부터 공급받은 멸균 장갑 등을 자신의 회사 작업장에서 다시 포장한 뒤 마치 자신들이 새로 제작한 것처럼 유효기한 등을 써넣어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ㄴ사와 이 회사의 실질적 대표 임아무개(48)씨의 약사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공소사실 가운데 미신고 의약외품 제조·판매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 형사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임씨는 1심에서 미신고 의약외품 제조·판매 혐의와 외약외품 거짓·과장광고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받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회사도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멸균 장갑 등의 개봉과 재포장 과정에서 화학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의약품 등이 첨가되지 않았고, 제품의 성상이나 용법 등이 바뀌지 않아 의약외품 제조행위로 볼 수 없다”며 미신고 의약외품 제조·판매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거짓사항 기재 의약외품 판매 목적 저장과 의약외품 거짓·과장 광고 혐의로만 임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회사에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임씨 등은 재포장을 하면서 겉면과 소포장에 ㄴ사 상호를 표시하고, 원래 제품의 용도·품질·유효기간·제품명 등을 허위로 기재하는가 하면, 인터넷 홈페이지에 회사가 의약품도 제조하는 것처럼 표시했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이 회사를 제조업체로 오인하거나 원래 제품과 다른 별개의 제품으로 여길 가능성이 크므로, 임씨 등의 재포장행위는 의약외품 제조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제품 포장을 뜯어 재포장하는 단계에서 감염 등으로 원래 제품의 성상 등이 변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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