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예멘인 난민신청자 등에 대한 난민 인정 심사가 시작되자 예멘인들이 일정과 취업 등 문의를 위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3년 간 430명(누적)이던 예멘 난민신청자는 올해에만 552명 급증했다. 이 가운데 527명이 제주 입국이다.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제주 직항편이 생기면서 무사증(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로 예멘 난민이 몰린 것이다.
법무부가 29일, 급증한 예멘 난민 심사를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제주출입국·외국인청 난민심사 담당자를 기존 4명에서 10명(통역 4명 포함)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 조치 및 계획’을 발표하면서 “심사 기간이 기존 8개월에서 2~3개월로 앞당겨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무부는 난민법 개정 등을 통해 난민 정책 전반을 손질하기로 했다. 우선 법무부→법무부 산하 난민위원회→행정소송(1·2·3심)으로 최대 5단계인 현행 난민 심사 절차를 3~4단계로 압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난민위원회와 1심 기능을 합친 ‘난민심판원’을 신설해 “공정하고 신속한 심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난민법 개정과 법원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또 난민심사관을 늘려 심사 대기시간을 단축하고, 난민 발생 국가의 실제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 난민 심사에 반영하기 위한 ‘국가정황 수집·분석 전담팀’도 설치하기로 했다. 난민인정자에게는 한국의 법질서와 문화 등에 대한 적응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난민 심사의 신속성에 방점을 둔 대책이지만 우려도 나온다. 박영아 변호사는 “난민심판원은 법무부 1차 심사에 대한 재심사의 성격을 갖는 만큼, 인적·물적으로 법무부로부터 완전 독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그간 인권단체 등의 비판을 받았던 난민 심사 장기화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철처한 신원검증으로 테러와 강력범죄 등의 문제 소지도 꼼꼼하게 심사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또 난민법 개정안에 ‘경제적 목적’, ‘국내체류 방편’으로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것을 막는 대책을 넣는다. 난민 불인정 뒤 사유만 바꿔 다시 신청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신청 요건도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난민 브로커’ 39명과 난민 허위신청자 1447명을 적발했다.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진짜 난민도 신청방법을 잘 몰라 ‘제 3자’의 도움을 받곤 한다. 이들을 모두 난민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지나친 온정주의나 과도한 혐오감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인터넷 등에 사실이 아닌 내용 등이 유포되는데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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