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염호석 열사의 영결식이 전국민주노동자장으로 엄수된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만장을 든 노동자들이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조사를 듣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삼성의 노동조합 와해 공작에 맞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 분회장 고 염호석씨 아버지 염아무개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염씨가 검찰 소환 통보에 수차례 응하지 않다가 체포된 점에 비춰, 구속영장 기각은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염씨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연뒤 “위증 혐의를 시인하고 있고 위증교사 혐의에 관해 향후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어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볼 사정도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기각 이유로 밝혔다.
염씨는 2014년 8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지회장 재판에서 “삼성 관계자와 만난 적 없다”, “가족장 결정은 삼성과 관련없다”고 거짓진술하고, 지인 이아무개씨에게도 거짓증언하도록 시킨 혐의를 받는다. 그해 5월 호석씨 장례는 유언과 같이 노조장으로 예정됐지만, 염씨가 갑자기 마음을 바꾸며 가족장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당시 염씨가 최아무개 삼성전자서비스 전무 등과 만나 ‘장례 전 3억원, 장례 뒤 3억원’ 등을 받는 조건으로 가족장을 받아들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도 이틀만에 구속영장은 기각한 점에 대해 검찰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검찰은 염씨가 소환 통보에 반복적으로 응하지 않자, 지난달 28일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경남 양산에서 그를 체포한 뒤 다음날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도망할 염려가 뚜렷하지 않다”고 밝힌 것도 체포영장 발부 기준과 동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염씨는 검찰 조사에서 위증교사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노조 와해 공작 관련해 검찰은 모두 13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실제 발부된 것은 2차례에 그친다. 노조 와해 공작 실무를 이끈 최 전무(5월15일) 외에 전직 노동부장관 정책보좌관 출신 송아무개 삼성전자 자문위원이 삼성 쪽에서 수억원 연봉을 받으며 노조 파괴 전략을 짠 혐으로 지난달 27일 구속됐다. 이밖에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전 대표와 노조 와해 공작을 실행한 협력업체 대표 등에 대한 영장은 법원에서 줄줄이 기각됐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