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페이스북 페이지 ‘○○구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고양이를 분양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고양이 사진과 함께 “귀엽고 활발한 고양이인데 이미 내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고양이 키우실 분 없냐”는 내용이 전부였다. 댓글 창에는 ‘이참에 키워볼까’, ‘(내가 키울 테니) 메시지 달라’ 같은 댓글이 10개 넘게 달렸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지역 기반 페이지에 반려동물을 분양한다는 글이 종종 올라오면서 무책임한 분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에게 분양 보내겠다’는 취지이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나 분양 조건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다. 호기심에 분양을 받았다가 자칫 유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누리꾼은 페이스북을 통한 무책임한 분양방식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지난 11일 페이스북 페이지 ‘△△동 말해드려요’에 장문의 글을 보내 무분별한 분양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누리꾼은 “이사를 해야 해서, 상황이 생겨서 분양한다는 글이 많은데 분양을 빙자한 유기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도 같은 페이지에 지난 18일 “여건이 안 되어 못 키운다고 분양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럴 거면 처음부터 왜 키웠는지 모르겠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실제 동물보호단체나 반려동물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반려동물을 입양 보낼 때 꼼꼼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회원이 55만명에 이르는 인터넷 카페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는 키우던 고양이를 입양 보낼 때 기존 반려인의 실명·나이·고양이와 함께 산 기간·입양 보내는 사유 등을 상세히 적도록 하고 있다. ‘두 달간 충분히 생각하라’고 공지하기도 한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동물을 입양 보내기 전 입양 신청인이 동물을 입양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가족의 동의는 받았는지 등이 적힌 에이포(A4) 용지 3장짜리 입양신청서를 받는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생명을 다루는 일인 만큼 입양계약서를 작성해 반려동물의 정보와 서로의 책임을 명기하고 책임비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소연 케어 대표도 “이런 방식의 분양은 자칫 충동적인 입양을 부추길 수 있고, 입양된 동물이 재판매되거나 유기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사이트를 통해 분양 보내는 행위를 금지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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