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직원 등재, 허위 용역 계약 등의 방법으로 수십억원을 빼돌리고 공무원에게 수천만원의 뇌물을 줘 계약을 따낸 혐의로 서울 소재 대학의 산학협력단 연구소 본부장이 구속됐다. 원가분석 전문가인 이 본부장은 국가공인 원가분석사 자격시험 채점위원으로 위촉된 뒤 친동생의 답안지를 수정해 합격처리를 시키기도 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 소재 ㄱ대학의 산학협력단 연구소 본부장 김아무개(52)씨를 21억원의 연구비 유용 혐의와 수천만원의 뇌물 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하고 김씨에게서 각 2000여만원씩의 뇌물을 받은 기상청 공무원 2명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0명 안팎의 허위 직원을 등록시켜 월급을 빼돌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법인 등에 허위 용역을 주는 방법 등으로 연구용역비 21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빼돌린 돈은 자녀 유학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용역 수주를 위한 뇌물은 퀵서비스 등으로 전달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부하 직원을 시켜 2009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기상청 공무원 2명에게 4000여만원의 뇌물을 전달했다. 김씨가 명절이나 연휴 등에 용역 의뢰 기관 관계자 등에게 돈을 줄 것을 지시하면 팀장급 직원들은 흰 봉투에 현금을 넣은 뒤 이 돈을 다시 종이가방에 넣어 퀵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직접 방문해 뇌물을 전달했다. 한 번에 전달된 돈은 100~200만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김씨는 또 다른 공직유관단체 관계자에게도 용역 수주 대가로 2000만 원어치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자격시험 비리도 드러났다. 김씨는 2014년 6월 실시된 제1회 국가공인 원가분석사 자격시험의 채점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시험 종료 후 제출된 답안지를 직접 수정한 뒤 채점하는 방식으로 원가분석 업무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친동생을 합격시켰다. 경찰은 이 시험의 채점위원장 역시 자신의 딸을 같은 방식으로 합격시킨 것을 확인해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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