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민주 양대 노총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6 노동자 서민의 요구와 선택' 총선 노동-민생 정책공약 비교평가 대토론회에서 김선수(왼쪽 두 번째)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2일 김선수 변호사와 이동원 제주지법원장,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을 대법관 후보로 임명제청한 것은 대법원 구성 다양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세 사람은 역대 대법관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오남 법관’(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고위법관)의 범주를 모두 벗어났다. 김 변호사는 법원·검찰을 거치지 않은 순수 재야 출신의 노동·인권 변호사이며, 노 관장은 젠더 관점을 지닌 이화여대 출신 여성 법관이다. 고려대 출신인 이 원장도 법원행정처 근무 없이 재판만 해온 정통 법관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임명된 대법관 4명도 모두 비서울대 출신이거나 여성 법관이었다. 이번 제청은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이 외형적 조건을 넘어 생각의 다양성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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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속 안정 시도 이번 제청은 시대적 요구와 조직 안정을 절충하려 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 변호사의 경우 “더는 미루기 어려운 카드”였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2000년대 초반부터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후보로 꾸준히 추천됐으며, 이번 제청 이전에도 두 차례나 잇따라 대법관추천위원회의 3배수 추천을 받았다. 그때마다 야당 반발과 국회 상황 등을 이유로 보류됐다. 이번에도 여권 일각에선 걱정하는 기류가 없지 않았지만, “대법원을 바로잡으려면 더는 양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김 변호사에 대해 “시대가 요구하는 대법관 상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살아온 이력을 보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서 법관의 독립을 수호할, 가장 강한 의지를 지닌 분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노정희 관장은 여성 대법관 확대 차원에서 유력하게 꼽혀왔다. 법원 내 젠더법연구회 회장으로, 성인지적 관점에서 민형사 사건과 법리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직 여성 대법관인 김소영·박정화·민유숙 대법관에 이어 그가 임명되면 전체 대법관 14명(대법원장 포함) 중 여성은 4명이 된다. 역대로 가장 많은 수치다.
이동원 원장은 엘리트 법관들을 제외할 수 없다는 조직 안정 차원에서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법원장이나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및 그 조사 과정에 직간접 책임이 있거나, 사법연수원 기수가 낮다는 점 등의 이유로 김 대법원장이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다른 사람 의견에 귀 기울이는 합리적 성품으로 알려졌다. 한 판사는 “대법원장이 이동원 원장 제청을 통해 ‘한쪽으로만 쏠리지 않았다’는 점을 보이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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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통과 난항 예상 세 후보의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표결에는 작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인사청문회를 맡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 속에 아직 법사위원장조차 뽑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반대도 만만치 않다. 자유한국당은 앞서 김 변호사 등을 지목해 ‘절대 불가’ 방침을 이미 밝혔다. 이날 임명제청 발표 뒤에도 논평을 내어 “(김선수·노정희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편향된 후보”라며 제청 철회를 요구했다.
국회에서 야당 쪽 반대로 대법관후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더라도 임명동의 표결은 가능하다. 6·13 국회의원 재보선으로 더불어민주당 의석이 늘어남에 따라, 민주평화당·정의당 등과 힘을 합하면 과반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현호 선임기자,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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