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응원녀’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게시물의 상당수는 여성 관중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내용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이번 월드컵 응원녀 한국이 꼴찌인가요? 러시아 폴란드 쩔던데.”
2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응원녀’라고 검색하니 최근 일주일간 약 30개의 게시물이 나왔다. 주로 월드컵 중계화면에 잡힌 여성들의 모습을 갈무리한 사진이었다. 몸매가 드러나는 여성 관람객의 모습을 ‘움짤’(움직이는 사진)로 만들어 올린 게시물도 있었다. 일부 게시물에는 “관중석 물 좋다” 등의 댓글도 달렸다.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눈길이 쏠리면서 중계화면 등에 나온 여성들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 관람객의 외모를 평가하고, 입은 옷이나 몸매를 본떠 ‘○○녀’라고 표현하며 퍼 나르는 식이다.
불특정 다수에게서 외모 평가를 당한 여성은 불쾌함을 표한다. 야구를 좋아해 종종 경기장을 찾는다는 직장인 남아무개(29)씨는 몇 차례 중계화면에 잡혀 원치 않는 외모 평가를 들었다고 했다. 남씨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중계화면에 잡혀 지인들에게 연락이 오고 외모 평가도 당한 적이 있다”며 “인터넷에 한 번 올라가면 지우기 힘든데, 여성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중계화면에 잡혔다는 이유로 ‘움짤’까지 만들어져 인터넷 커뮤니티나 에스엔에스(SNS)에 계속 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여성의 사진이나 움짤 등은 시간이 한참 흘러도 인터넷 등에서 성희롱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응원녀 모음’이라며 몇 년씩 쌓인 사진을 모은 게시물이 올라온 적도 있다.
지난 5월에는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은 한 여성 야구팬이 중계화면에 잡힌 뒤 상당수 커뮤니티에서 이 여성의 사진 등이 퍼진 적이 있었다. 이 여성의 지인이라는 누리꾼이 한 커뮤니티에 ‘해당 여성이 힘들어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선경 변호사는 “집회에 참석한 여성의 사진을 커뮤니티에 올려 외모를 평가한 이들이 모욕죄로 고소를 당해 벌금형을 받은 사례가 있다”며 “게시글의 내용에 따라서는 사이버 명예훼손 등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