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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고 많은 건설현장 비계 안전도부터 크게 높일터”

등록 2018-07-03 18:55수정 2018-07-03 20:51

【짬】 안전보건공단 박두용 이사장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 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 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어느 나라든 1인당 지디피(GDP) 2만 달러를 넘어가면 사회가 안전을 요구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요구가 구체화하죠. 돌이킬 수 없는, 회복 불가능한 사고인 사망, 후유장해 같은 것들이 1순위가 되죠. 이 정부가 자살과 교통사고 사망, 산업재해 사망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정한 이유입니다.”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 안전보건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만난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1957명이다. 이중 질병이 아닌, 사고 사망자가 964명이다. 한 해 동안 노동자 1만명당 사고사망자 수를 뜻하는 사고사망만인율은 독일 등 선진국의 2~3배 수준이다. 세월호 참사(304명 사망) 같은 일이 해마다 3건씩 일어나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산재 사망자 수를 자살, 교통사고 사망자와 함께 임기인 2022년까지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산업안전을 책임진 공단이 이 일의 주무다.

박 이사장은 한국 사회가 “안전 관리의 필요성이 본격화된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과거엔 위험이 부분적·파편적·개별적이었습니다. 단독주택들이 많았으니 불이 나도 그 집만 타고 말았죠. 한데 지금은 위험이 대형화·집적화·고도화·복합화됐습니다. 건설현장은 커졌고, 철도는 빨라졌고, 지하 공간과 연결돼 있죠. 현장엔 여러 하청업체가 들어와 동시에 작업을 벌입니다. 사고가 났다 하면 재난성 사고가 나죠. 개인이 아무리 조심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국가와 사회가 관리하지 않으면 맨 끝단에 있는 이들이 계속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반복됩니다.”

작년말 취임한 안전보건 전문가
“선택과 집중으로 안전 잡겠다
안전비계 점유율 50%이상 돼야
노동자 안전보건은 사회안전망
국가 차원의 장기 투자 필요”

박 이사장이 말하는 공단의 사망사고 감축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과거처럼 단순히 전반적 재해율을 낮추는 것이 아닌, 사망사고를 초래한 주된 몇 가지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사망사고가 가장 자주 일어나는 곳이 건설현장이고, 건설현장에서 가장 많은 이가 숨지는 곳이 가설구조물(비계)입니다. 구조물에서 떨어지거나,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죠. 흔히 ‘시스템 비계’라 부르는 안전한 비계는 발판과 파이프가 규격화돼 있는데 시장 점유율이 17%에 불과합니다. 우리 경제 상황이나 건설 규모로 볼 때 적어도 50%는 넘어야 합니다. 이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기업이 안전에 들이는 돈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보게 할 것이냐다. 박 이사장은 “처벌 위주의 접근이 아닌, ‘따르기 좋은’ 예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방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해놓고, 해야 할 것들을 주어야 합니다. 모든 건설현장에서 불량비계를 쓰지 말고 발판을 제대로 만들도록 단속하면서 동시에 안전비계 사용을 장려할 겁니다. 단속도 전략이 중요한데, 처음엔 시정조치를 하고 안 되면 그다음에 고발이나 감독을 해야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처벌하게 되면 자기만 재수 없이 걸렸다 생각하고 규제를 회피하려 듭니다. 규제엔 암묵적 동의가 필요합니다.”

박 이사장은 특히 국가적 차원의 장기적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일종의 사회안전망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산재율이 높은 이유는 급격한 발전 때문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규제 완화 여파로 안전도 약화한 겁니다. 최저임금만 높일 게 아니라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도 일종의 사회안전망으로 보고 접근해야 합니다. 저출산 사회에서 노동력 손실을 막기 위해서도 안전 문제가 중요합니다. 15~60살인 이들이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아야 합니다. 소득재분배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지난해 말 취임한 박 이사장은 국내 안전보건분야 대표적 전문가다. 서울대 보건학 석사, 미국 미시간대 산업보건학 박사를 받아 한성대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로 재직해왔고 한국산업보건학회장, 노동부 정책자문위 위원,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원장 등을 지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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