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양대노총 파괴공작 의혹''과 관련해 소환돼 휠체어를 탄 채 검찰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법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양대 노총 파괴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채필(62)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검찰이 ‘다른 의도에 대한 의구심’까지 언급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4일 밤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영장기각과 그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5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 단계에서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들었다. 아직 구속을 통한 이 전 장관의 신병 확보가 필요할 정도로 수사가 진행되지는 않았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이 전 장관은 2011년 이명박 정부와 관계가 껄끄러웠던 민주노총·한국노총 중심의 노동계를 분열시키기 위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억7천만원을 받아 ‘제3노총’(국민노총) 설립과 운영에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국고손실)를 받는다.
검찰은 법원 판단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장관이 사건 초기부터 적극 개입해 국정원 자금을 요구하고, 이에 따라 국정원 자금이 불법 지출돼 부하직원에게 지급된 사실이 확인된다”며 “국고손실 혐의는 법리적으로 이 단계에서 기수(범행이 완료된 것)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이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는 점도 구속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언급했다.
실제 이 전 장관에게서 특활비 등을 넘겨받아 국민노총 관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이동걸 당시 정책보좌관(전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자신의 혐의와 이 전 장관의 지시 여부에 대해 검찰에서 대부분 시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이보다 적은 금액의 국고손실 범행을 저지른 경우에도 실형이 선고되고 법정구속 되기도 한다”며 “최근 노조와 관련된 공작 사건에 대해서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 뭔가 다른 기준과 의도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검찰이 이같은 ‘공개 반발’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파괴공작 등 노조 와해 공작 관련 사건에서 법원이 유독 엄격한 기준을 들이댄다는 불만이 분출된 결과로 보인다. 법원은 지난 4월부터 삼성 노조 와해 공작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13건 가운데 11건을 기각했다. 노조 와해 공작 실무를 책임진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의 구속영장은 두 차례나 기각됐다. 실제 영장이 발부된 것은 공작 실무를 이끈 최아무개 전무(5월15일) 외에 삼성 쪽에서 수억원 연봉을 받으며 노조 파괴 전략을 짠 것으로 알려진 송아무개 삼성전자 자문위원(6월27일) 두 명에 그친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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