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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저출산 대책 발표 뒤 “우리가 선택한 멸종” 말 나온 까닭

등록 2018-07-06 11:53수정 2018-07-06 15:49

‘2040세대 삶의 질’ 개선이라는 정책 방향 맞지만
구체적 대안 없고 ‘결혼 장려 시각’ 못 벗어
“여성 전 생애에 걸친 불평등과 불이익부터 없애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선택한 멸종이다.”(트위터 아이디 @e****)

5일 문재인 정부의 첫 저출산 대책이 나온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호응을 받은 한 누리꾼의 말입니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오롯이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점을 떠올리게 합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출산율이 저조한 국가가 아니라 정확히는 ‘출산하기에는 남녀평등과 사회 속 상하 구조가 구시대적이며 복지 혜택이 낮고 경제 수준의 빈부 격차가 심하여 출산이 어려운 국가’”(@yeolhyun_****)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상황은 다급합니다. 한국은 2001년 이래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를 말하는 합계출산율은 올해 1.0명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출생아 수(35만8천명)가 올해는 32만명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부는 아예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출산율 목표치를 제시하는 대신 ‘2040세대 삶의 질’ 개선으로 정책 방향을 바꿨습니다. 출생아 수 급감은 장시간 노동 및 주거 불안, 젠더 불평등에서 비롯한다는 진단에 따른 변화입니다. 정부는 신혼부부와 청년층 대상의 주거지원을 확대하고, 특수고용노동자·자영업자도 출산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이 돌보미 지원대상도 확대했습니다. 아빠들의 육아 참여 활성화를 위해 ‘배우자 출산 휴가’ 기간을 늘리고 일명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도 현재 월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확대했습니다. (▶관련기사: ‘패러다임 전환 선언’ 정부 첫 저출산 대책 들여다보니…)

다만 ‘패러다임의 전환’의 방향은 맞지만 이에 걸맞은 구체적인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존 제도의 범위나 금액을 확대·보완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큰 틀에서 ‘결혼 장려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번 대책을 발표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의 이창준 기획조정관 역시 “출생아 수 감소 속도가 너무 빨라 이 속도를 완화하는 단기 대책에 중점을 두었다”고 말했습니다. 위원회 내부에서는 “패러다임만 바뀌고, 구체적인 대책은 변하지 않았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언론의 평가도 비슷합니다. <경향신문>은 6일치 사설에서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적어 심각한 결혼·출산 기피현상이 완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정책이 출산과 영유아기 자녀 육아 지원에 집중돼 있다”며 “여성들의 경력 단절, 출산 포기를 부르는 초등학생 돌봄 절벽 문제에 대해서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서울신문>은 6일치 사설에서 “저출산 문제는 돈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고 단언했습니다. “엄마의 ‘독박육아’가 엄마·아빠의 공동육아로 전환되고, 취업과 승진 등에서 기혼 여성의 불이익이 없어지며, 여성 인권을 높이는 등 사회·문화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성차별, 독박육아, 경력단절 등 여성의 전 생애에 걸친 불평등과 불이익부터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한 누리꾼은 “당장 임신하면 퇴사하게 되거나 임신 후기까지 근무해야 하고 출산·육아휴가 쓰기 눈치 보이는 사회에서 출산율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면 너무 양심 없는 것 아닐지”(@FlowerOf****)라고 꼬집었고, “어떻게 저출산 대책에 여성 경력단절 언급이 없나. 그게 핵심 아닌가”(@_keepdan****)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번 대책에서 사실혼 부부도 난임 시술을 받을 때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1인·동거·한부모 가구 등 다양한 가족의 권리를 법적으로 어떻게 보장할지 구체적인 방안이 담기지 않은 것에 대해 “아직도 출생률을 결혼과 연관 짓는다. 소위 ‘정상가정’ 아이만을 원하는 것”(@sotorl****)이라고 비판하는 누리꾼도 있었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는 “근본적인 정책 방향은 올해 10월 (지난 정부에서 만들어진)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 재구조화 과정에 반영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대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해 보다 진전된 대안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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