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한 외국인이 10년 넘게 별거했더라도 진정한 혼인관계를 유지했다면 ‘국민의 배우자’로서 한국 거주 자격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2단독 김선영 판사는 몽골인 ㄱ아무개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체류 기간 연장을 허락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ㄱ씨는 2000년 한국에 입국해 다음 해 한국인 이아무개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국민의 배우자로서 거주 자격을 받았다. 만성 알코올 중독 상태였던 남편의 요구로 2007년 별거를 시작했지만, 별거 중에도 ㄱ씨는 남편을 방문하거나 생활비를 지급했다. 그러나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은 지난 해 ㄱ씨가 낸 체류 기간 연장 허가 신청을 “배우자와 장기간 동거 사실이 없고 사망 사실을 몰라 혼인의 진정성이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김 판사는 “원고는 ‘국민인 배우자와 혼인한 상태로 국내에 체류하던 중 자신에게 책임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에 해당한다”며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 판사는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유지하다 망인의 요구로 별거했으나, 망인을 돌보고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등 진정한 혼인관계를 유지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