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10곳 중 9곳이 여전히 고객에게 묻지도 않고 일회용 컵을 제공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어쓰 제공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10곳 중 9곳(86.9%)이 여전히 고객에게 묻지도 않고 일회용 컵을 제공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정부와 일회용품 줄이기 협약을 맺은 업체도 10곳 중 8곳(84.1%)이 머그컵 등을 사용할지 묻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회용 컵 사용실태 시민 모니터링단 ‘어쓰’는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84곳을 방문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9일 밝혔다. 조사 기간은 지난달 4일부터 15일까지, 조사대상은 환경부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은 업체와 전국 매장 수 300개 이상 업체였다.
이 단체가 28개 업체별로 각각 3곳씩 매장을 방문한 결과 3곳에서 모두 ‘매장용 컵을 사용하겠냐’고 물은 업체는 ‘투썸플레이스’와 ‘할리스커피’ 2곳 뿐이었다. 5개 브랜드는 3곳 중 1곳의 매장에서만 물었고, 나머지 21개 브랜드는 3곳 매장 모두 매장용 컵 사용 여부를 묻지 않았다고 했다. 아예 머그컵이나 유리잔을 갖추지 않은 매장도 10곳 중 3곳(36.9%, 자발적 협약을 맺은 매장은 31.7%) 이상이었다.
또 조사대상 업체의 10곳 중 9곳은 재활용하기 어려운 형태의 일회용 컵이나 뚜껑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일회용 컵이나 뚜껑 등에 브랜드 로고를 인쇄한 경우 화학처리로 로고를 지우지 않으면 재활용이 어려운데, 조사대상 업체의 92.9%는 로고가 새겨진 일회용 컵을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업체(98.4%)가 체결하지 않은 업체(76.2%)보다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어쓰는 “재활용이 용이한 재질의 컵을 사용하기로 한 자발적 협약 취지에 어긋난다”고 분석했다.
그 밖에도 이 단체는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 재활용이 어려운데 모든 매장이 일회용 빨대를 무료로 제공하고 28.6%는 아예 빨대를 컵에 꽂아 제공했다”며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는 일회용 빨대 사용 금지를 추진 중이지만, 한국에서는 자발적 협약에서도 빨대 제한 조치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어쓰는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자발적 협약 체결업체 감독 강화 △자발적 협약체결 업체 이외에서 발생하는 일회용 컵 대책 마련 △자발적 협약에 ‘일회용 빨대 무료 제공 금지’ 조항 추가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지난 5월 환경부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커피전문점 등 24개 업체와 ‘1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협약을 맺은 업체는 고객이 매장에서 다회용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하고, 점검 기간이 끝난 8월부터는 이를 어길 시 5만원~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