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헌재의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판결과 대체 복무제 마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에 대해서는 합헌, 대체 복무제가 없는 병역법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대법원이 2심에서 법정구속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보석을 직권으로 허가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대법원은 오는 8월30일 종교적 신념과 양심을 이유로 입영 등을 거부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 관련 공개변론을 열 예정이어서, 대법원 판례가 변경될지 주목된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종교적 이유로 입영을 거부해 원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ㄱ아무개(23)씨의 보석을 지난 6일 직권으로 허가했다. ㄱ씨는 대법원에 계류된 205건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피고인 중 유일하게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재 결정도 있고 공개변론을 앞둔 상황에서 비슷한 사건의 다른 피고인들과 마찬가지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는 게 좋겠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구속과 구속 재판 기한(6개월)이 한참 남은 피고인의 보석을 직권으로 허가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ㄱ씨는 보석을 신청하지도 않았다. 대법원은 과거에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보석 신청을 거부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 백종건 변호사는 “대법원은 일반 사건에서도 무죄 판결하는 경우 외에는 보석을 허가한 경우가 거의 없는데, 구속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직권 보석 허가는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며 “곧 있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판례 변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28일 헌재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뒤 병무청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입영을 연기해주는 등 ‘변화의 바람’은 곳곳에서 불고 있다. 특히 병역기피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합헌 결정했지만, 헌법재판관 6명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원의 처벌을 반대해 대법원의 판례 변경 가능성도 커졌다.
앞서 법원은 2000년대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예외 없이 현역 입영 면제를 받을 수 있는 하한선인 징역 1년6개월의 ‘정찰제 판결’을 해오고 있다. ㄱ씨의 1심인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1단독 김춘수 부장판사도 지난해 9월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고, 2심인 대전지법 형사1부(재판장 심준보)는 지난 4월25일 ㄱ씨의 항소를 기각하며 ㄱ씨를 법정구속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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