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고객 정보를 동의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에스케이텔레콤과 직원들에게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1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에스케이텔레콤㈜에 대해 벌금 5천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 회사 특수마케팅 팀장으로 선불폰 관련 업무를 총괄하던 위아무개(54)씨와 박아무개(54)씨 등 전·현직 팀장급 직원 2명에 대해서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이 확정됐다.
위씨 등은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2010년 4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이용정지 상태인 ‘선불폰’(요금을 미리 내고 쓰는 휴대전화)에 87만 차례에 걸쳐 회사 비용으로 요금을 충전해 계약기간을 연장하고 가입 상태를 이어간 혐의로 법인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에스케이텔레콤 등은 이 과정에서 고객 15만여 명의 이름,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함부로 이용한 혐의를 받았다. 에스케이텔레콤 등은 가입 회선 수를 늘리려고 대리점 법인 이름으로 38만대의 선불폰을 전산상으로만 개통하기도 했다.
선불폰은 먼저 요금을 내고 충전 금액에 따라 사용한 뒤 사용기간이 끝나면 이용이 정지되는 휴대전화다. 이용정지 뒤 90일 동안 사용자가 선불요금을 다시 충전하지 않으면 이용계약이 해지돼 가입회선에서 제외된다.
재판에서는 기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선불폰을 충전한 것이 애초 이용자들로부터 동의받은 목적 외의 이용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에스케이텔레콤 쪽은 “서비스 제공 목적으로 행해진 충전으로, 이용자로부터 동의받은 목적 범위 내에서 개인정보를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1·2심 재판부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불폰 이용자는 요금 충전 없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개인정보가 삭제될 것으로 알고 있으므로 이동통신사가 임의로 선불요금을 충전하고 개인정보를 계속 보유하면 이용자의 의사에 반해 선불폰 이용계약을 연장하는 것이 되고, 이는 이용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 쪽이 선불폰을 임의로 충전한 뒤 이를 가입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되 가입자가 서비스를 이용하지는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보여 서비스 제공 목적이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 쪽의 충전은 시장점유율의 유지·확대를 위한 것으로 이용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할 수 없는 반면, 계약기간 연장으로 회사의 개인정보 보유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그만큼 개인정보 유출 위험은 커졌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런 판단이 모두 옳다며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이동통신사가 직접 그 정보를 사용하더라도 정보통신망법의 ‘목적 외 이용’으로 처벌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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