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나환 작가의 <큐(The Q)>(2018). 전 작가와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이 지난 6일부터 21일까지 진행하는 <선, 선, 선, 히어 잇 컴스>(Sun, sun, sun, here it comes) 전시회에 걸린 작품이다.
전나환은 전시회를 통해 커밍아웃한 미술가다. 그는 지난 2015년 두 번째 개인전에 외눈박이 거인을 성소수자에 빗댄 그림을 전시하며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했다. 그가 이번에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는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과 함께 <선, 선, 선, 히어 잇 컴스>(Sun, sun, sun, here it comes)라는 전시회를 준비했다. 서울 종로구 팩토리 투(FACTORY 2)에서 2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띵동의 정욜 대표는 11일 <한겨레>와 만나 “어떻게 하면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전 작가와 함께 하는 전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학교에는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이라는 용어의 사용조차 금지하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 여전히 건재하다”며 “이 때문에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학교에서 말 그대로 ‘살기 위해’ 성소수자가 아닌 척 연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취지에 공감한 전 작가가 띵동의 제안을 수락하고 청소년 성소수자 10명의 옆모습을 그렸다.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게 전 작가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전 작가는 “2015년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소모임 ‘지보이스 합창단’ 활동을 하며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합창단 활동 전까지 제가 알고 있던 게이들은 절대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게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관객과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나도 저렇게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주변에 알리고, 성소수자라는 작가적 정체성으로 작품 활동을 해야겠다는 용기를 냈어요.”
전 작가는 “더 많은 이들이 커밍아웃을 해야 우리 사회가 소수자들에게 안전한 사회가 된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들은 커밍아웃에 대한 욕구와 불안을 동시에 갖고 살아갑니다. 커밍아웃하지 않으면 주변에 늘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어요.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지만, 커밍아웃 뒤 관계가 나빠지면 어쩌나 움츠러들죠.”
그는 “더 많은 성소수자들이 커밍아웃을 하면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 명이 커밍아웃하면 주변에서 관심을 가지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그런 이들이 많아지면 혐오의 목소리에 더 힘있게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번 전시 제목에 ‘태양’(Sun)이 세 번이나 들어간 이유도 그런 의미다. 혐오가 만연한 사회를 살아가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햇볕을 비춰 용기를 주고 싶다는 뜻이다. “제가 무대에서 노래하는 성소수자들을 보고 용기를 낸 것처럼, 이번 전시를 보고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벽장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여기, 햇볕 아래는 밝고 안전하다고 말하는 선배의 목소리도 따뜻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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