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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민주당 ‘사법행정위’ vs 법원 ‘사법행정회의’…사법개혁 누가 주도할까

등록 2018-07-12 06:00수정 2018-07-12 09:27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원조직법 개정안’ 준비
사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은
‘법원행정처 개편방안’ 보고

대법원장 권한 축소하고
행정처 폐지하는 방향 일치
판사 외 외부 인사 참여와
국회의 위원 선출권 논란될 듯

발전위 논의 미진한 사이
집권여당 먼저 나선 모양새
대법원장 개혁 약속 지킬지
17일 발전위 회의 결과 주목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절차와 별개로 사법행정권 남용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하겠습니다. 대법원장으로서 사법부 구성원 모두와 믿음을 회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습니다. 오로지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을 구현하는 법원 본연의 모습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 때 법원행정처의 판사 뒷조사와 재판 거래 의혹이 제기된 뒤 김명수 대법원장은 5월31일 ‘사법개혁’을 약속했다. 하지만 한 달 반이 다 되도록 김 대법원장이 약속한 사법개혁은 감감무소식이다. 사법개혁 방안 마련을 위해 김 대법원장이 만든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가 지지부진한 사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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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사법행정 권한 축소는 일치

11일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할 예정인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발전위 전문위원들이 만든 ‘법원행정처 개편방안’을 보면 양쪽 모두 대법원장과 행정처에 집중된 권한의 분산이라는 목표는 같다. 대법원장의 사법행정 총괄 권한은 법원조직법에서 나온다. 법원조직법 제9조는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며 사법행정사무에 관하여 관계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호영 의원안은 제9조를 “사법행정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대법원에 사법행정위원회를 둔다. 사법행정위원회는 사법행정 사무를 총괄하며, 사법행정사무에 관하여 관계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며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을 ‘사법행정위’로 넘기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사법행정위에 법원 인사, 예산, 회계, 판례 수집, 사법제도 연구, 판사 교육·연수 등의 사무를 ‘의결’할 권한을 부여했다.

발전위 전문위원들은 장기적으로는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하려 하지만, 법 개정 시기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대법원 규칙으로 시행하는 안을 제시했다. “행정처 개혁에 대한 국민 요구가 큰 상황에서 사법부가 아무런 개혁을 하지 않고 입법만 기다리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고려됐다. 대법원 규칙은 대법관 회의 의결을 거쳐 제·개정된다.

다만 전문위원들은 사법행정회의 권한에 대해 ① 대법원장을 대신해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방안 ② 대법원장의 권한을 유지하면서, 중요한 사법행정 사무에만 사법행정회의가 의결권을 갖는 방안을 제안했다. ①안은 “대법원장과 행정처의 연결고리를 확실히 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②안은 “운영하기에 따라 대법원장이 여전히 많은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우려”가 있다. 1안과 2안을 각각 지지하는 전문위원(전체 12명)은 6:6으로 갈렸고, 안 의원안은 ①번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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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사법행정에 참여할 것인가

양쪽의 가장 큰 차이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누가 사법행정위원회/사법행정회의에 참여할 것인가다. 가장 큰 차이는 외부 인사의 참여다. 안 의원안은 “대법원장을 제외한 사법행정위원은 법관을 겸직할 수 없다”고 규정해 비법관들에게 사법행정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반면 전문위원은 ① 법원 내부 인사로만 구성하는 방안 ② 법원 내부 인사와 법원 외부 인사로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두 안 모두 판사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①안의 근거로 전문위원은 “제3·ㄱ공화국 헌법과 같이 행정부 우위의 행정/사법 혼합형 체제하에서 사법부 독립이 크게 훼손된 역사적 경험이 있다”, “법원 외부 인사는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사실상 어렵고, 법관 사회의 급속한 정치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반면 외부 인사가 필요한 이유로는 “사법부 독립이 사법부의 책무성과 무관한 도그마가 될 경우 독립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사법부 독점을 포장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 “사법부에 대해 국민의 의사가 반영될 통로가 거의 없어 국민에 대한 책무와 무관한 의사결정을 할 위험성 내재”등이 제기됐다. ①안에 찬성한 전문위원(8명)이 ②안을 지지하는 전문위원(3명)보다 많았는데 전반적으로 판사들이 전자, 변호사들이 후자의 입장에 섰다고 알려졌다.

위원 선출 주체도 문제다. 안 의원안은 “사법행정위는 대법원장을 포함해 12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대법원장을 제외한 11명 중 6명은 국회가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하고, 5명은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선출한다. 위원장은 대법원장이 맡는다”고 되어있다. 국회와 법관회의에 선출권을 준 것이다.

그러나 전문위원안은 법원 외부 인사를 배척하는 ①안은 대법원장, 전국법원장회의, 법관회의에서 각각 추천을 받도록 하고 있다. 법원 외부 인사의 일부 참여가 필요하다는 ②안은 법관 위원은 대법원장, 전국법원장회의, 법관회의가 추천하지만 외부 인사는 △국회 추천 △대한변호사협회 등 단체 추천 △국민 공모하는 안을 모두 제안했다.

이 때문에 판사가 아닌 외부 인사를 사법행정에 참여시키느냐, 참여시킬 경우 누가 추천할 것인가가 앞으로 사법개혁 논의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문제를 두고 법원 안팎의 온도 차는 크다. 한 판사는 “양쪽 안이 방향은 같은데 구성에서 차이가 큰 것 같다. 모두 비법관으로 구성되면 어떻게 재판을 보조할 수 있을지 걱정이고, 외부 통제 감시는 필요하지만 위원 전원이나 과반 이상이 외부, 그것도 국회에서 추천받는다면 국회의 청탁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한 변호사는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회만큼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곳은 없고 국회의원이 직접 참여하는 게 아니다. 가장 독립되어야 할 재판에 이미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됐고 법관 징계위원회도 외부 인사가 참여하고 있다. 민주적 통제의 부재로 이번 사태가 벌어진 만큼 견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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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처·인사 개혁 한 목소리…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장이 총괄하는 사법행정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행정처·인사 개혁’도 두 안의 문제의식은 같다. 이번 ‘사법농단’ 사태에서 드러난 사법정책에 비판적인 이유만으로 판사들을 사찰하고, 대법원장이 추진하는 정책을 위해서라면 재판도 거래할 수 있다는 발상은 인사권을 독점한 대법원장과 그를 보좌하는 행정처에 집중된 과도한 권한이 낳은 ‘사법부 관료화’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법원장이 “법관 서열화 조장하는 승진 인사 폐지”, “대법원 조직과 행정처 조직의 인적·물적 분리”, “행정처를 대법원 청사 외부 이전 방안 검토”, “행정처 상근 법관들의 전문인력 대체”, “수직적이고 관료적인 의사결정 구조의 개편” 등을 언급한 이유다.

행정처 폐지와 비법관화는 ‘대세’로 보인다. 안 의원안은 행정처를 폐지하고, 비법관으로 구성된 사법행정위와 그 사무처를 설치한다. 전문위원안도 행정처를 ‘법원사무처’로 개편하고, 처장을 포함한 상근 법관을 전문인력으로 대체해 법원과 행정처 조직을 분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발전위는 지난 6월 4차 회의에서 ‘고법부장→법원장→대법관’ 승진 코스의 개선을 건의했다. 먼저 고법부장 보임을 중단하고, 고법부장만 맡을 수 있는 고법 합의부 재판장을 법을 개정해 직위와 관계없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봤다. 또 지방법원 법원장과 수석부장 판사는 고법부장이 아니라 1심 법관이 맡도록 하고, 소속 법관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도 발전위는 짚었다.

나아가 발전위 전문위원은 판사 보직 심의기구로 ‘법관인사 운영위원회’를 두는 ‘법관인사 기구 개편’을 제안했다. 현재 판사 보직은 법원조직법 제44조에 따라 대법원장 권한인데, 절차의 불투명성과 견제 부재로 “사법행정권 남용의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판사 또는 판사+외부위원으로 구성된 법관인사운영위를 설치해 대법원장 권한을 나누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안 의원안은 나아가 각 법원의 판사회의가 법원장을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고법부장 이외의 판사가 고법 합의부 재판장이 되는 안, 사법행정위가 판사의 보직을 정하고 임명·연임 등을 심의하는 안 등도 포함돼 있다. 특히 보직, 전보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지 못하도록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규정해 인사에 눈치 보지 않고 재판의 독립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발전위 전문위원과 달리 안 의원안은 대법관에도 초점을 맞췄다. 안 의원안은 현재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고, 대법관 수의 3분의 1 이상은 제청일로부터 5년 동안 법관이 아닌 사람으로 임명하도록 했다. 전문위원은 대법관 제청권, 헌법재판관 지명권은 헌법 개정 사항이라 별도로 논의하지 않기로 해 대법관 증원 등 상고심 제도 개편도 검토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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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자체 개혁 의지 있나

법원이 자체 개혁을 하겠다며 발전위를 출범시킨 게 지난 2월이었다. 지난 3월 첫 회의를 시작으로 5차례 회의가 이어지는 사이 ‘사법농단’ 사태가 심화되면서 법원 개혁 요구는 더 강해졌다. 이 때문에 김 대법원장은 지난 5월 직접 사법부 개혁 뜻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법원 개혁이 늦어지는 사이 집권여당이자 국회 다수당(130석)인 민주당에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다.

발전위의 논의 속도에 대해서는 법원 안팎에서 우려가 나온다. 발전위는 지난 6월26일 5차 회의에서 위와 같이 전문위원들이 준비한 행정처 개편 방안을 보고받고 논의했으나 의결에 이르지 못했다. 일부 위원들이 “사법행정회의에서 판사의 보직까지 다투는 안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상당히 우려스럽다. 인사대상자들이 인사안을 확정시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하거나 “의결기구가 아니라 심의기구다”는 사법행정회의 위상 관련 ‘표현’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한 판사는 “국민들은 사법개혁을 원하고 있고, 대법원장도 동의해 발전위에 맡겨놨는데 위원들이 결정을 미루고 있다. 그 사이 민주당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어 발전위도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발전위는 오는 17일 6차 회의에서 이 안건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안호영 의원은 11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발전위 회의결과를 참고한 뒤 의원 총회 등을 거쳐 당론으로 정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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