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몸무게 302g으로 국내 최소미숙아로 태어난 이사랑 양이 무사히 치료를 마치고 12일 아버지 이충구, 어머니 이인선씨의 품에 안겨 3㎏ 몸무게로퇴원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아이로 태어난 아기가 12일 무사히 퇴원해 가정으로 돌아갔다.
이사랑이라는 이름의 이 아기가 태어난 때는 지난 1월 말, 출생 당시 체중은 302g, 키는 21.5㎝였다. 당시 생존확률은 1%미만에 그친 초극소저체중미숙아(이하 초미숙아)였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병원 치료를 받고 생존한 초미숙아 중 가장 작은 사례는 380g이었고, 외국 사례를 찾아보아도 400g 이하 체중의 미숙아가 생존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인공수정으로 임신된 사랑이는 어머니의 임신중독증으로 임신 약 6개월 만인 지난 1월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보통 1㎏ 미만의 몸무게로 태어나는 미숙아들은 호흡기와 위장, 면역 신경계 등 대부분의 장기가 미성숙한 상태라 다양한 미숙아 합병증에 시달리기 쉽다.
어머니 이인선 씨가 사랑이의 100일에 아기 곁에서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함께 사진찍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이충구·이인선 부부가 젖병에 담아온 모유를 먹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사랑이에게도 가장 위급했던 고비는 태어난 지 일주일째되던 때로 작은 몸이 품었던 양수가 빠지면서 체중이 295g까지 떨어져 생존의 한계를 넘나들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300g 이하에서는 생존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의료진 모두가 긴장한 상태였다.
그러나 태어나자마자 생존을 위해 온힘을 다하는 사랑이를 위해 부모와 서울 아산병원 신생아팀(주치의 정의석 교수)도 힘을 더했다.
미숙아 괴사성 장염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모유수유라는 말에 사랑이 엄마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모유를 유축했고, 출산 뒤 처음 한 달간 몸이 불편한 엄마를 대신해 아빠는 매일 병원으로 모유를 가지고 와 사랑이를 응원했다.
덕분에 사랑이는 심장이나 장 등 단 한 번의 수술도 받지 않고 여느 신생아 수준으로 성장했다. 허파꽈리가 완전히 생성되기 전인 24주 만에 태어나, 출생 직후 소생술로 겨우 심장이 뛰었던 출생 당시 긴박한 상황을 떠올려보자면 기적 같은 일이다.
태어난 지 이틀째되던 당시 사랑이의 모습. 출생 때 몸무게는 302g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태어난지 3개월 째였던 지난 4월 사랑이가 점차 안정을 찾고 자발적인 호흡이 가능해진 모습이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사랑이 엄마 이인선 씨(42)는 “남편의 생일 날 운명처럼 찾아온 사랑이는 오랜 기다림 끝에 얻게 된 첫 아이인 만큼 가족들 모두 사랑이가 태어난 후 단 한 순간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며, 헌신적으로 치료해준 의료진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12일 퇴원하는 사랑이의 몸무게는 3㎏,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초미숙아 등록 사이트에는 현재 201명의 미숙아들이 등록돼 있는데, 사랑이는 26번째 작은 아기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팀이 사랑이의 퇴원을 축하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