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취급했던 기밀문서를 퇴직 뒤 집으로 가져가도 군사기밀 탐지·수집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아무개(54) 전 ㄱ대 교수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박 전 교수는 군사 2급 비밀취급 인가를 받고 국회 국방위 소속 국회의원의 정책보좌관으로 일해오다 2006년 3월 자리를 옮기면서 그동안 보관하던 군사 3급 비밀 7건을 이삿짐과 함께 집으로 옮긴 혐의를 받았다. 또 2006년 4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방위사업청의 계약직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군사 2급 비밀취급 인가를 받고 취급했던 군사 3급 비밀 8건도 퇴직 뒤 박스에 담아 이삿짐과 함께 집으로 옮겨 보관해온 혐의로 기소됐다.
1·2심 재판부는 박 전 교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퇴직공무원의 기밀문서 무단반출을 범죄로 규정해 처벌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새로운 입법론적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죄형법정주의 아래에서 이런 규제 필요성이 처벌규정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해석하는 쪽으로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도 “군사기밀보호법은 여러 유형의 군사기밀 누설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나 군사기밀의 ‘반출’ 행위에 대해서는 직접적 처벌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탐지가 ‘찾아 알아냄’이고 수집이 ‘찾아 모음’이니, 이미 알고 있었거나 가지고 있던 물건의 보관장소를 변경한 것은 말 그대로 반출에 해당할 뿐 탐지·수집이라고 할 수 없다. 반출 전에 그 물건을 점유할 권한이 없어졌다고 해도 마찬가지다”라며 검찰이 적용한 군사기밀 탐지·수집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런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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