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광화문 광장 확장을 위해 이유를 찾고 있다. 종로구민을 행정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희생시키는 것인가.”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모인 200여명의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 조성을 위해 열린 시민토론회에서 불만을 표출했다. 이들은 대부분 광화문 인근에 거주하는 종로구, 성북구 주민들이었다.
종로구 한 아파트 주민대표는 “광화문 주민들은 화가 난다. 우리 앞마당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며 “얼마나 화가 나면 그러는지 반대 입장이 돼 보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화문 광장 조성 시민토론회는 당초 전문가들이 광화문광장 조성안을 소개한 뒤, 시민들의 의견을 받을 계획이었지만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참석자들의 반발로 사실상 ‘성토대회’가 됐다.
광화문 인근 거주 주민들은 광화문 광장이 조성되면 교통체증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을 들어 광화문 광장 조성을 반대하고 있다. 차도를 줄이지 않는 선에서 광장을 조성하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일부 참석자들은 김원 위원장에게 “시민들이 들러리냐”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광화문 시민위원들은 참석자들을 말리느라 진땀을 흘렸다. 시민위원 김정탁 성균관대 교수는 “시민들이 처음에는 불만도 있겠지만 소통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오늘부터 다시 자세를 가다듬겠다”고 주민들과 참석자들을 달랬다.
서울시는 지난 4월 광화문 앞 광장을 넓혀 새롭게 조성하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세종대로의 차도를 10차로에서 6차로로 축소하는 방안에 대해 교통 체증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광화문시민위원회는 교통 대책도 이날 발표했다. 이신해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차로를 줄이면서 교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면 거짓말”이라며 “교통 문제를 최소화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광화문 인근의 교차로 통행 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지난 21일 서울시는 시민소통, 역사, 관광, 교통 등 각 분야 전문가 50여명과 시민대표 100명으로 구성된 광화문시민위원회를 발족했다. 서울시는 공론화를 거쳐 내년 초 실시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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