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처방약을 복용하는 의무경찰에 대한 복약관리·불침번근무·총기관리 등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가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해 5월 의무경찰 복무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ㄱ씨의 사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경찰청장에게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약을 먹고 있는 대원들에 대한 복약관리·불침번근무·총기관리 등에 대한 매뉴얼과 응급사고 발생 또는 징후 발견 시 조치사항 매뉴얼을 작성하고 이를 교육하라는 권고를 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2월부터 의무경찰로 복무한 ㄱ씨는 같은 해 5월 부대 화장실에서 위독한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 중환자실로 후송됐으나 며칠 뒤 숨졌다. ㄱ씨의 부모는 “부대에서 구타나 가혹 행위로 사망한 것이 아닌지 조사해 달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 의무경찰 업무에 있어서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ㄱ씨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불면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증상으로 지난해 2월과 3월 정신과 진료를 받은 ㄱ씨는 야간과 새벽 시간에 업무 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소견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ㄱ씨는 처방받은 약 때문에 불침번 근무를 서면서 여러 차례 잠이 들었다. 이 때문에 ㄱ씨는 복약지도서에 “금단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의사의 지시 없이 갑자기 복용을 중단하지 말라”고 적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침번 근무 때는 약을 먹지 않겠다”는 사유서를 작성했다. 뿐만 아니라 ㄱ씨는 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총기를 소지한 채 4차례 근무한 사실도 확인됐다.
인권위는 “타 기동대에서도 수면제 과다복용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어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는 대원들에 대한 복약관리와 정신과 처방약 복약근무자에 대한 총기관리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어 “관리자에게 지휘책임을 물어 주의조치와 군 복무 중 부대 측 관리소홀로 사망한 대원에 대해서는 관련규정에 따른 순직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경찰의 사건조사 결과와 부검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ㄱ씨에 대한 구타나 가혹행위가 있었거나 그것이 ㄱ씨의 사망 원인이었다고 인정할만한 객관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타살 의혹 구타 가혹 행위 의혹은 기각 결정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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