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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법농단’ 수사중에 대법 전합 간 ‘문화계 블랙리스트’… 왜?

등록 2018-07-28 05:00수정 2018-07-28 09:10

‘사법농단’-‘블랙리스트’ 직권남용죄 공통분모
“직권남용죄 좁혀 ‘사법농단’ 재판 사전봉쇄” 우려
대법관들 “재판거래 없었다”며 ‘내심’ 보였는데
“‘사법농단’ 연루된 대법관들, 공정 판단 가능한가”
일각에선 직권남용 폭넓게 인정한 원심 ‘쐐기’ 기대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6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6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대법관 13명이 심리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판단을 받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전합 판단을 거쳐 이 사건에 적용된 직권남용죄에 대한 판례가 정립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대법원이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법농단’ 관련해 직권남용죄를 ‘사전봉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대법원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블랙리스트’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은 자신과 문체부 산하기관 공무원 등의 직권을 남용해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정부 지원을 배제한 혐의(직권남용·강요)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 1월 각 징역 4년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전합에서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집행이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지, 이들에게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되는지 여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법원 일각에서는 대법관 13명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직권남용죄에 대한 명확한 판례를 마련해줄 수 것을 기대한다. 직권남용죄(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가장 많이 적용된 죄명이지만, 그간 대법원 판례가 충분치 않아 하급심에서도 혼선이 있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지난 1월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적용에 소극적인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에 대해 사표 제출을 요구한 혐의(직권남용·강요)까지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직권남용죄를 폭넓게 인정했다. 대법원이 전합 판결로 이 판례에 ‘쐐기’를 박고 엄정한 판단을 공식화할지 법조계에서는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면 대법원이 직권남용죄에 대한 엄격한 법리를 사전에 구축해 ‘사법농단’ 재판 대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상당하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법농단’ 의혹 관련해 적용될 수 있는 죄명으로 가장 빈번히 언급되는 것이 직권남용죄다. 행정처 간부들이 심의관 및 일선 법원 판사 등에게 동료 법관 뒷조사, 재판 거래,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등 관련 문건을 작성하고 일부 실행하게 한 것은 직권남용죄가 규정하는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할 수 있다. 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처음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불거지고 직권남용죄 적용 여부가 검토된 이래 법원 안팎에서는 대법원이 직권남용죄에 대해 엄격한 판례를 ‘사전적으로’ 내놓을 것이라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했다.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이 두 차례에 걸쳐 ‘재판 거래는 근거 없다’는 입장을 낸 것도 재판의 공정성을 우려케 하는 부분이다. 국정원 댓글사건 등에서 청와대와 교감하며 재판에 개입한 정황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대법원 재판 독립에 관해 어떤 의혹도 있을 수 없다”고 합동으로 주장하며 ‘내심’을 드러낸 대법관들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사심 없이’ 판단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것이다.

애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심리하던 소부의 대법관 구성도 이같은 의혹에 불을 지핀다. 이 사건은 지난 2월 대법원 특별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에 배당됐다. 해당 소부에는 ‘사법농단’ 의혹과 무관하지 않은 고영한·권순일·김소영 대법관이 속해 있다. 고 대법관은 2016년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며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계획을 보고받고 승인한 등의 의혹을 받는다. 김 대법관이 처장으로 일했던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말 대법원 2차 조사 당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하드디스크 전달을 거부해 진상규명을 늦춘다는 비판을 받았다. 권 대법관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일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된 2012년 8월~2014년 8월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냈다.

통상 소부에서 만장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등 경우 사건이 전합에 회부된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이들이 스스로 ‘자충수’가 될 수도 있는 직권남용죄를 폭넓게 인정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판단을 미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풀이했다. 또 “동료 대법관들도 이런 부담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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