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처음 편성된 대법원 특수활동비의 절반 가까이가 대법관들에게 월평균 100만원 정도씩, 사실상 수당 개념으로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수활동비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로비에 쓰였을 것으로 의심되는 흔적도 나타났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소장 장유식 변호사)가 29일 발표한 ‘2015~2018년 대법원 특수활동비 지급내역 분석보고서’를 보면, 대법원에 특수활동비가 편성된 2015년 1월 이후 지난 5월까지 3년5개월 동안 지급된 9억6484만7000원 가운데 49.1%인 4억7351만원이 일반 대법관 20명에게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김명수 현 대법원장은 2억8295만원(29.3%), 박병대·고영한·김소영·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1억7903만원(18.6%), 임종헌 전 차장을 비롯한 기타 행정처 간부 8명은 2934만원(3.0%)을 지급받았다.
이 가운데 법원행정처장이 아닌 대법관들은 매월 받은 금액이 80만원에서 120만원까지 조금씩 달랐으나, 1년 단위로는 1인당 1200만원이어서 실질적으로는 매달 100만원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는 “매월 정기적으로 일정한 급액이 지급된 것은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사건수사, 정보수집,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 등 특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이 발생해 지급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수당 개념으로 지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월평균 지급액이 가장 높은 사람은 대법원장으로, 월평균 5.5회에 걸쳐 690여만원이 지급됐다. 연 단위로는 2015년에 78회에 걸쳐 9670만원이 지급됐으며, 월 단위로는 2015년 9월에 가장 많은 1285만원이 지급됐다. 특히 2015년 3분기에는 9월 외에 8월에도 1007만원이 대법원장 특수활동비로 지급되는 등 대법원장 특수활동비 지출이 급증했다. 참여연대는 “2015년 8월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를 한 시기로, 이 시기의 특수활동비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로비용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월평균 436만원의 특수활동비를 지급받은 법원행정처장의 경우도, 박병대 전 처장(대법관) 재임 시기인 2015년 1월에 5회 985만원, 2월에 6회 738만원, 3월에 5회 670만원 등 1분기(1~3월)의 특수활동비 지급 횟수와 지급액이 월등히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기는 상고법원 성사를 위한 법원행정처의 로비가 늘어나던 시기다.
참여연대는 “대법원장을 비롯해 특수활동비를 수령한 이들은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사건수사, 정보수집,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을 하는 이들이 아닌 만큼 대법원은 특수활동비가 왜 필요한지 국민이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 특수활동비가 편성되기 시작한 사유도 설명되어야 한다. 그런 사유 설명 없이 취지에 맞지 않게 특수활동비를 계속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이와 함께 2018년 남은 기간 특수활동비 지출을 중단하고, 2019년도부터 대법원 예산에 특수활동비를 포함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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