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자신의 명의로 배송 업무를 했더라도 회사의 업무지시를 받았다면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근로자성을 인정해 요양급여를 지급하라”며 김아무개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농업회사법인의 직원이었던 김씨는 2015년 12월부터 1년여간 회사명의 차량으로 배송 업무를 담당하다, 2017년 3월부터 자신이 소유한 차량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달 뒤 동료가 운전하던 지게차에 깔려 골절상 등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지입차주로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했다. 김씨는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김씨는 회사에서 배송 업무를 담당하던 근로자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보호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계약 형식보다는,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사업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 사용자와 종속적 관계를 맺고 근로를 제공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씨가 몰던 차량이 회사 소유 차량에서 본인 소유 차량으로 바뀌었지만, 그 외 업무 내용은 달라지지 않은 점을 주목했다. 회사의 지시에 따라 박스 포장, 창고 정리 업무 등을 하고 배송 업무가 끝나면 회사로 복귀한 점 등에 비춰볼 때 도급계약을 체결해 배송 업무만 담당한 지입차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김씨가 기본급과 별도로 시간 외 수당을 받고 회사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식사비를 결제한 점도 고려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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