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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래선 사법농단 의혹의 진실을 규명할 수 없습니다”

등록 2018-08-01 17:38수정 2018-08-01 18:50

‘사법농단’ 수사팀 법원 비협조에 공개 성토
①판사 13명 징계할 사안에 압수수색도 안 된다?
②판사 인사자료가 청와대·국정원 자료보다 더 중요한 국가기밀?
③법원 말로만 협조, 이미 검찰에 확보한 자료만 내주며 생색?
④재판 왜곡됐다는 단서 나왔는데, 재판기록도 보지 말고 가만 있어라?
재판거래·법관사찰 등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들이 물밀듯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에 대한 검찰 수사는 통상과 달리 자료 확보 단계에서 제자리 걸음이다.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가 발표된 것이 지난 5월25일이다. 하지만 두 달이 훌쩍 지난 7월31일에서야 문제가 된 문건들이 완전 공개(3건 제외)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1일 “이래서는 (사법농단 의혹의)진실을 규명할 수가 없습니다”라며 법원의 수사 비협조 행태를 매우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법관 13명 징계할 정도로 중대 사안이라고 하고선 압수수색도 안 된다?

이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을 만나 “지금까지 수집된 증거자료들이 과연 압수수색도 못할 정도의 소명자료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법원 스스로 판사 13명을 징계할 정도로 이번 사안이 중대하다고 인정하고 있고, 피해자를 수십명을 조사하고 위안부 사건(▶[단독] 양승태 대법, 위안부 피해자 ‘손배 소송’ 무력화 시도)와 강제징용 사건 등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한 문건을 비롯해 임종헌 전 차장의 유에스비(USB)에서 나온 문건 8천여건 등을 (압수수색 발부를 위한)소명자료로 제출했다”며 “혼동하지 말라. 이건 구속영장 아니라 수사 하기 위한 초기 단계의 압수수색 영장이다. 다른 사건에서의 기준과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수사협조 약속과 달리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외에는 청구된 압수수색 영장을 대부분 기각했다.

“저는 비록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섣불리 고발이나 수사의뢰와 같은 조치를 할 수 없다 하더라도, 이미 이뤄진 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되면 미공개 문건을 포함해 특조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할 것”(지난 6월15일 김명수 대법원장)

■판사 인사자료가 청와대-국정원 자료보다 더 중용한 국가기밀?

법원이 판사 인사자료에 대한 압수수색을 형사소송법 111조를 근거로 “기밀”이라며 기각한 것에 대해서도 앞뒤가 안 맞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된 전례가 있느냐”고 물은 뒤 “형사소송법 111조는 영장이 발부됐을 때 (국가적 이익을 해하는 경우일 때)해당 관공서가 승낙 없이 영장 집행을 못한다는 규정이지 지금 같은 이유로 발부조차 못한다는 얘기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①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관하여는 본인 또는 그 해당 공무소가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그 소속공무소 또는 당해 감독관공서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

②소속공무소 또는 당해 감독관공서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 (형소송법 제111조)

그러면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에서 국정원에 대해, 또 국정농단 때 청와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지만 국정원이 ‘신고된 국가기밀’이 있다고 해 집행되지 않은 전례는 있다”며 “어떤 판사를 해외공관에 보내느냐, 연수를 보내느냐 하는 자료가 청와대·국정원 자료보다 더 국가 이익을 해하는 자료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또 행정처 발건 ‘영장 판사 관련 매뉴얼’을 언급하며 “여기 따르더라도 영장은 발부하되 당사자들이 거부할 수 있느냐에 대한 기준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해당 매뉴얼을 보면 형사소송법 111조의 ‘승낙’에 대해 ‘압수나 수색영장 발부를 위한 요건인가 아니면 압수나 수색의 시행(영장 집행)을 위한 요건인가가 문제되는데, 후자가 통설’이라고 돼 있다.

이 관계자는 “(법관 인사 자료가)기밀이라는 여러 곳에서 말하는데, 불법적인 자료는 기밀이 아니다. 기밀로서 보호될 수 있는 ‘기밀’이 아닌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원 말로만 협조, 이미 검찰에 확보한 자료만 내주며 생색?

현재 행정처의 자료 제출 협조 역시 생색내기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수사팀 관계자는 “사법정책실, 사법지원실, 대법원 재판연구관실 자료, 인사총괄심의관실, 윤리감사관실, 전산정보국 등의 자료나 이메일 및 메신저 자료 등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자료 제출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다주 전 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 등 일선 법원 판사들 관련 자료에 대해 행정처가 자기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못 내주겠다고 해 소속 법원에 오래 전에 자료 제출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행정처가 유일하게 자료 제출을 협조하는 기획조정실 자료 역시 이미 검찰이 확보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행정처로부터 받은 자료는 기조실 자료 수백건 정도인데, 대부분은 검찰이 임 전 차장에 대한 압색 과정 나온 8천여개와 중첩되는 자료”라며 “강제징용 등 사법농단 관련 의심 자료가 다수 나온 상태에서 관련 재판연구관이 페이스북에 양심선언까지 한 상황(▶[단독] 현직 판사 “‘강제징용’ 사건, 파기도 검토했다”)인데, 이런 상황에서 해당 연구관이 해당 재판 관련해서 어떤 문건 작성했는지, 그리고 해당 대법관이 수정하거나 지침 준 것이 있는지, 그 문건 작성에 행정처 자료가 영향 미치거나 전달된 게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확인 안하고 넘어간다고 해서 의혹이 사실 아닌 것으로 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재판 왜곡됐다는 단서 나왔는데, 재판기록도 보지 말고 가만 있어라?

부산지역 건설업자 정아무개씨의 뇌물사건 항소심 재판에 고영한 당시 행정처장이 개입하려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단독] 양승태대법 행정처장, 판사비리 덮으려 ‘재판 개입’ 정황)된 것과 관련해서도 최근 대법원에서 거부한 1∼2심 재판기록을 꼭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행정처 윤리감사관실 작성 문건 대로 실제로 재판이 왜곡되게 진행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재판기록 통해서”라며 “재판 끝나지 않았다. 검찰은 이 사건 소송 주체다. 사건이 왜곡됐다는 의혹이 있으니까, 재판이 왜곡 됐다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 자료를 달라고 하는 것은 검찰 입장에서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또 “행정처 기획조정실 컴퓨터에서 불법성 있는 문건들이 계속 나오면 법원은 협조 범위 넓히면 넓혔지 좁혀선 안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법원에서 주기로 결정한 기조실 컴퓨터 외에는 접근 자체가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조실 컴퓨터도 검찰이 가서 목록을 주면, 행정처가 상당 기간 검토해 줄지 말지 결정한 다음에 몇십개씩 주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계속 진행돼오고 있다. 사법정책실, 사법지원실 등 자료는 아예 접근가능성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해가 안 된다. 왜 이래야 하는지…”라고 고개를 저었다.

김양진 현소은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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