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4월에는 충북 영동에서 제5공수 부대원 6명이 천리행군을 하던 중 혹한을 견디지 못하고 숨졌다. 당시 영결식 모습.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14년 9월2일 밤 충북 증평의 제13 공수특전여단 예하 부대에서 손발이 묶인 채 두건을 쓰고 ‘포로체험’ 훈련을 받던 이아무개(당시 23)·조아무개(당시 21) 하사가 훈련 도중 질식사했다. 포로체험 훈련을 받던 독방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다 발견된 전아무개(23) 하사 등 다른 훈련 참가자 8명은 살아남았다.
당시 이들은 적군에 포로로 잡힌 상황을 가정한 극기훈련을 하고 있었다. 밤 9시부터 훈련 참가자 10명의 머리에 두건을 씌우고 양팔을 뒤로 해서 발과 함께 묶은 채 무릎을 꿇린 상태로 독방에 가두는 극기훈련을 하던 중 사고가 났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당시 훈련은 처음 도입돼 아무도 경험자가 없었는데도, 안전 대책은 따로 없었다. 훈련 결정 자체가 졸속이었다. 윤후덕 당시 국회의원은 “2014년 4월3일 특전사에서 열린 ‘전투영화제’에서 간부들이 영국 특수부대를 다룬 영화 <브라보 투 제로>를 함께 본 뒤, 차를 마시면서 영화에 나온 ‘특성화 훈련’을 언급하며 ‘우리는 왜 저런 훈련이 없나. 우리도 하자’는 의견이 나와 마련됐다는 보고를 군 당국으로부터 받았다”고 <한겨레>에 전했다. 특전사령부는 닷새 뒤인 4월9일 예하 여단에 생존기술 등 특성화 훈련을 지시했고, 이후 5월2일 지휘관 토의, 5월26일 특성화 훈련센터 개설 등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고 윤 의원 쪽이 전했다. 특성화 훈련 중 ‘포로 시 행동 요령’ 과정을 맡은 제13공수여단은 9월15일~10월19일 정식 시험 적응 훈련을 앞두고 9월2일 자체 선행 훈련을 하다 사고를 냈다.
군은 당시 훈련 매뉴얼도 완성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얼굴에 씌운 두건도 부대 앞 문방구에서 구입한 신발주머니였을 정도로, 사전 연구검토와 준비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은 훈련을 지도했던 현장 교관 4명을 입건한 데 이어, 훈련 계획을 세우고 훈련을 관리·감독한 김아무개(46) 중령과 김아무개(43) 소령을 업무상과실치사 및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현장 교관들은 1심인 보통군사법원에서 각각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인 고등군사법원에서 군 검찰의 항소가 기각돼 벌금형이 확정됐다.
두 영관급 장교는 보통군사법원에서 각각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고등군사법원은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고등군사법원 재판부는 “김 중령 등이 업무상 주의 의무를 일부 위반했더라도 피해자들의 사망 및 부상과 명백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김 중령은 여단 작전참모로 포로체험 훈련을 계획하고 시행하는 부서의 장이었으며, 김 소령도 같은 여단 작전처 교육훈련계획 장교로 실무 책임자였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군 검사의 상고를 기각해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대법원은 두 장교의 혐의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원심 판단대로 업무상과실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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