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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나만 낭만 주변엔 민폐’ 해안 방파제 위험천만 캠핑 무방비

등록 2018-08-02 08:25

경찰이 1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 인근에서 지난달 25일 실종된 최아무개씨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경찰청 제공
경찰이 1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 인근에서 지난달 25일 실종된 최아무개씨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경찰청 제공
흔히 캠핑을 '낭만'이라 일컫는다.

그러나 낭만도 안전한 캠핑일 때 가능한 소리다. 제주에서 가족과 함께 캠핑하다 실종된 30대 여성이 일주일 만에 해상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됨에 따라 제주 곳곳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 캠핑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 배낭을 메고 버스를 타고 다니며 친구들과 마음 맞는 곳에서 하룻밤 지새는 야영문화가 이제는 자동차에 텐트를 싣고 다니며 가족 단위로 즐기는 오토캠핑 문화로 바뀌었다.

심지어 '화려하다'(glamorous)와 '캠핑'(camping)을 조합, 필요한 도구들이 모두 갖춰진 곳에서 안락하게 즐기는 귀족적 야영인 '글램핑'(glamping)이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그야말로 캠핑의 시대다.

제주를 찾는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아 바닷가 곳곳에 텐트를 치거나 캠핑카를 주차해 놓고 짧게는 1박 2일, 길게는 일주일 넘게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들어 제주 해안가를 돌다 보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정해진 야영장이 아닌 방파제나 아무 바닷가에서 캠핑하다가 위험에 노출되거나 지역주민과 마찰을 빚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데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관광진흥법상 야영장업으로 등록된 시설은 48곳, 해수욕장에 딸린 야영장은 협재·이호·금능·함덕·곽지·김녕·표선 등 7곳이 있다.

야영장은 야영에 적합한 시설과 설비 등을 갖추고 있어서 비교적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그 외 지역은 그렇지 않다. 실종됐다가 7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30대 최모(38·여·경기도 안산)씨 가족이 캠핑한 곳은 해넘이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다. 최씨는 남편이 지난 6월부터 세화항 방파제에 주차해 놓은 캠핑카에서 캠핑을 하다가 최근 변을 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가 술에 취한 채 발을 헛디뎌 포구 물양장으로 빠졌을 가능성과 범죄피해 가능성 모두 남아있는 상태다.

'사고'든 '사건'이든, 정해진 야영장이 아닌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에서 캠핑하다가 빚어진 '불행'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또 항구로 밀려드는 파도를 막거나 소형 선박이 안전하게 접안하도록 한 방파제를 본래의 용도가 아닌 캠핑 목적으로 이용한 점도 문제가 된다.

최씨 가족이 오랫동안 포구를 점유한 데 대해 지역 어촌계가 생업에 지장이 있다며 직접 항의를 하거나 제주시에 민원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졌다.

제주시 관계자는 "당시 '잠시 머물다가 가는 것일 뿐'이라며 항변하기도 했고, 어촌·어항법상 벌금이나 과태료 등 딱히 제재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주의를 시키는 등 계도 조치를 하는 차원에서 그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역주민의 항의를 받자마자 최씨 가족이 바로 캠핑을 멈추고 이동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방파제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린다.

방파제는 대부분 일명 '삼발이'라고 불리는 테트라포드가 얼기설기 설치돼 중간중간에 공간이 생기고 경사가 있어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올라갔다가 자칫 균형을 잃으면 순식간에 빠지기 쉽다.

또 파도가 수시로 덮치기 때문에 이끼가 끼거나 따개비와 조개류 등이 달라붙기도 해 표면이 얼음판처럼 미끄럽다.

이 때문에 해마다 테트라포드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잇따라 '해안의 블랙홀'로 불린다. 김형근 제주지방경찰청 생활안전계장은 "캠핑은 인적이 드문 외진 곳보다는 지정된 장소에서 해야 혹시나 있을지 모를 범죄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다"며 "또한 여행 중 과도한 음주도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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