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 등이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로부터 지난 6월2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쌍용차 해고노동자 고 김주중씨의 분향소가 있는 덕수궁 대한문까지 1.5㎞를 두팔과 다리, 이마를 모두 바닥에 닿도록 절하는 오체투지로 행진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손해배상 소송 철회와 해고자 복직 등을 촉구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절절 끓는 아스팔트 바닥의 열기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해고자로 살아온 9년의 세월이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사노위)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부터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주중씨의 분향소가 있는 중구 대한문까지 1.5㎞ 거리를 두 시간에 걸쳐 오체투지로 행진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행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10일 인도에서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복직 관심 가져달라’고 말했지만 그 이후로도 쌍용차 문제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며 “국가폭력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와 국가손해배상 소송 철회, 해고자들의 명예회복과 복직을 위해서는 사회적 힘을 모아야 할 것 같아 오체투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득중 지부장과 쌍용차 해고자인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해찬스님(조계종 사노위 위원장) 등 14명은 이날 오후 4시께부터 두 팔과 두 다리, 이마까지 땅에 닿도록 자신을 낮추며 행진을 시작했다. 바닥에 엎드려 타는듯한 아스팔트의 열기를 온 몸으로 느낀 이들은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상의는 물에 빠진듯 땀으로 흠뻑 젖었다. 오체투지를 하는 이들 양쪽으로는 또 다른 장기 해고노동자로 살다 코레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케이티엑스(KTX) 여승무원들과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전교조 조합원들이 두 손을 모으고 행진하며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지 않기를, 그리고 해고자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있기를 함께 기원했다.
여름방학 숙제를 위해 광화문을 찾았다 오체투지 행진을 본 고등학생 이동원(16)군은 “이렇게 더운 날 땅바닥에 엎드려 있는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오체투지 행진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고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말했다. 행진 대열이 청계광장 근처와 대한문 앞 신호등을 건널 때는 신호를 대기하던 차량 운전자들이 앞유리 쪽으로 몸을 내밀고 오체투지를 바라보기도 했다. 두 시간의 행진 끝에 이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다 지난 6월2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쌍용차 해고노동자 고 김주중씨의 분향소가 있는 중구 대한문 앞에 도착했다.
폭염을 참아가며 거리를 지키는 이들은 청와대 앞에도 있었다. 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은 경복궁 담벼락을 따라 청와대로 돌아드는 바짝 마른 거리 위에서 지난달 16일부터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그의 단식은 이날로 18일째다.
하루 12시간 이상 숨조차 쉬기 힘든 더위와 싸우는 사이, 그의 혈압은 ‘고혈압 2기’ 수준으로 치솟았고 따가운 햇볕에 각막이 말라붙어 찢어지기도 했다. 6월18일 농성을 시작한 전교조 중앙집행부도 조 위원장 곁에서 46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조 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와 만나 “이전 정부의 적폐인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문재인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며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를 정부에 권고한 만큼, 정부가 의지를 갖고 이행만 하면 된다”고 촉구했다. 그는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내부 개혁위원회의 권고를 대부분 그대로 수용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유독 고용부만 개혁위의 ‘권고’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 위원장은 “더위가 물러갈 때쯤 전교조 문제도 모두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영 홍석재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