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일단 부인, 버티기’ ‘큰 재판으로 관심 유도’…현직판사 비리에서 얻은 대법원의 ‘황당 교훈’

등록 2018-08-04 05:00수정 2018-08-04 09:09

2015년 1월18일 양승태 행정처 ‘대외비문건’
최민호 판사 금품수수 후폭풍 덮으려
“통진당 사건 대법 선고일 앞당겨야” 계획
다음날 선고기일 발표, 1월22일 서둘러 선고
1월23일 문건엔 “관심 전환 유도 주효” 자평
“공보관실, 언론 관심 돌릴 기삿거리 제공하라”
전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3일 낮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과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이들은 양승태 사법부가 뇌물수수로 구속된 판사 사건에 대한 청와대와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선고 일정을 앞당겼다는 의혹의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3일 낮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과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촉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이들은 양승태 사법부가 뇌물수수로 구속된 판사 사건에 대한 청와대와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선고 일정을 앞당겼다는 의혹의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현직 판사의 비위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선동’ 사건 선고를 앞당기고, 이후 “관심 전환 유도가 목적이었다”고 자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행정처는 “언론과 여론의 관심을 돌릴 기삿거리를 계속 찾아야 한다”며 황당한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3일 <한겨레> 취재 결과, 2015년 1월18일 최민호 당시 수원지법 판사가 사채업자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긴급체포 된 당일 행정처 기획조정실은 ‘대외비’ 문건을 작성한다. 최 판사 체포가 ‘메가톤급 후폭풍’이라며 “청와대의 비협조”, “하창우 변협 회장이 ‘사법개혁’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을 ‘후폭풍’ 가능성으로 나열했다.

문건은 일자별로 ‘타임라인’을 촘촘히 나눠 대응책을 강구했다. 1월19일 공보관 브리핑을 통해 여론을 ‘수습’하고, 20일 수원지법원장이 최 판사의 징계를 청구한 뒤 21일 도의적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발표하는 식이다. 특히 “1월22일 이석기 사건을 선고해 언론과 사회 일반의 관심 전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실제 대법원은 이 의원 상고심을 22일에 선고한다고 19일 발표했다. 같은날 이 의원에 대한 구속 연장이 결정돼 선고기한이 2달 늘어났는데도 서둘러 선고기일을 잡은 것이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의원 선고 하루 뒤인 1월23일 작성된 최민호 판사사건 대응 최종보고서’ 문건에는 “대응 전략이 주효했다”, “이석기 선고 추진은 관심 전환 유도가 목적이었다”고 돼 있다. 최 판사 사건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다른 재판을 ‘볼모’로 삼은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 문건들에는 행정처가 언론과 국민을 대하는 시각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문건들은 “오보 전제로 대응했지만, 이후 사실로 드러났다”며 “초기 언론 대응에 대해 공세적 스탠스가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문제가 터지면 ‘일단 부인하고 버티기’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취지다. 이어 “언론은 이석기 선고 뒤 관심이 급격히 떨어졌다. 공보관실에서 언론 관심을 돌릴 기삿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노하우’로 전수한다고 돼 있다. 최 판사 사직 처리 여부를 검토할 때도 “국민은 감성적·정서적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크다”,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 일반인은 설득 곤란한 논리”라고 평가한다.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판단하기보다는 ‘비판 회피’에 급급한 모양새다.

반면 법원은 스스로의 대응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를 했다. 특히 “수뇌부가 사직서 제출을 권고했는데, 이는 최대 조치를 강구한 것”이라면서 “적절한 조치가 어려운 것은 제도적 한계 때문이다. 법원은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종 교훈’ 부분에서는 “윤리감사관실에서 수사진행 경과를 파악하기 위해 (검찰) 인적 컨택트 포인트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만 정리한다. 윤리감사관실 등 감찰 기구를 통해 비위를 사전에 포착하고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한 반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편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은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