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인권정책 기본틀이 될 ‘제3차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2018~2020년)이 확정됐다. 지난 4월 공개된 초안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인권친화적 경영을 강조하는 ‘기업과 인권’ 항목이 신설됐고, 최근 인상폭을 두고 논란이 됐던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1만원 달성 지원’이라는 초안을 유지했다. ‘근로의 권리’는 ‘노동권’으로 표기를 바꿨다. 법무부는 7일 오전 이런 내용을 담은 기본계획을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 보고한 뒤 발표했다.
세부 내용을 보면, 기업의 인권존중 책임을 두텁게 한 것이 눈에 띈다. 원청기업이 하청업체 등 협력사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이 최종 확정됐다. 국외 진출 국내 기업이 현지 노동자의 인권침해에도 관심을 갖도록 했다. 법무부는 “나날이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기업의 인권존중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기업과 인권’을 별도 항목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사건 등을 통해 제기된 인권 요구를 반영해 ‘안전권’ 항목도 신설됐다. 여기에는 △지진·화재 등에 강한 생활환경 조성 △재난 안전관리 국가책임체제 구축 △올해 안에 독립적 재난사고 조사위원회 설립 △대국민 재난트라우마 극복 지원체계 구축 등이 정책과제로 제시됐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 및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노동권’도 강조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최저임금과 관련해 “최저임금 합리화와 감독 강화”를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또 이를 위해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지원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 지원 △최저임금 준수 지도감독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중증장애인을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하는 제도를 손보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정부는 사형제 폐지에 대해서는 ‘검토중’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다만 “국내외적 요구와 추세를 고려해 검토”하겠다며,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초안보다는 다소 진전된 내용을 담았다. 대체복무제와 관련해서는 지난 6월 헌법재판소의 ‘대체복무제 없는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은 위헌’이라는 결정에도 원론적 태도를 유지했다. “국회의 병역법 개정안에 대해 검토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인권단체 등이 주장해온 차별금지법(성별, 장애, 종교, 연령,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법안) 제정에 대해서는 ‘검토’ 입장에서 “기본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취지로 진일보했다.
지난달 국가인권정책협의회(의장 박상기 법무부 장관) 의결을 거친 3차 기본계획은 △모든 사람의 생명·신체를 보호하는 사회 △평등한 사회 △기본적 자유를 누리는 사회 △정의 실현에 참여하는 사회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사회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공정한 사회 △인권의식과 인권문화를 높여가는 사회 △인권친화적 기업 활동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회 등 8가지 큰 목표와 이에 딸린 272개 정책과제를 담았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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