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충분한 안내 없이 국민참여재판 않았다면 재판은 무효”

등록 2018-08-08 12:00수정 2018-08-08 14:27

대법원 “병합 사건에도 따로 안내서 등 보내고 숙고시간 줘야”
“절차적 흠 치유되지 않았다”며 ‘재판 다시 하라’고 파기환송
국민참여재판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판사들. 연합뉴스 자료 사진
국민참여재판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판사들. 연합뉴스 자료 사진
김아무개(43)씨는 한 지상파 방송국의 피디 등을 사칭하면서 방송출연을 희망하는 젊은 여성들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피해자 ㅇ씨와 ㅂ씨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던 도중, ㅈ씨에 대한 강제추행 사건까지 합쳐서 함께 재판을 받게 됐다.

1심 재판부는 병합된 ㅈ씨 피해 사건의 공소장과 병합결정문을 김씨에게 보냈지만,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등은 따로 보내지 않았다. 병합 결정 뒤 첫 재판에서 재판부는 김씨에게 ‘ㅈ씨 피해 사건의 공소장과 국민참여재판 의사확인서를 받았으며,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진술을 받고 일반적인 공판 절차를 계속 진행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의사확인서와 안내서를 보냈지만, ㅈ씨 피해 사건에 대해서는 안내서와 의사확인서를 따로 보내지 않았다. 김씨는 항소심 첫 공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고, 1심의 절차적 위법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진술했다.

김씨의 국선변호인이 ‘김씨가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낸 상고사건에서 대법원은 ‘1·2심의 국민참여재판 의사확인이 충분치 않았다’고 판단했다. 병합된 사건에 대해서도 따로 국민참여재판 안내서를 보내는 등 충분한 안내와 상당한 숙고 시간을 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이유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김씨의 강제추행 사건 상고심에서 김씨에게 징역 3년6개월, 정보공개 및 고지 5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재판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병합된) ㅈ씨 피해 사건에 대해선 국민참여재판안내서 등을 김씨에게 사전에 보내는 등 국민참여재판 절차에 관한 충분한 안내를 하거나 상당한 숙고의 시간을 주지 않았으므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다고 볼 수 없다. 항소심도 (이런 절차적 흠이 있는) ㅈ씨 피해 사건에 관해서는 국민참여재판 절차 등에 관한 충분한 안내와 그 희망 여부에 관해 숙고할 수 있는 상당한 시간을 사전에 부여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1심의 절차상 흠이 치유됐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원이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에 관한 의사의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통상의 공판 절차대로 재판을 진행했다면, 이는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다. 그 절차는 위법하고, 위법한 공판 절차에서 이뤄진 소송행위도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고 1심의 절차적 위법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하면 그런 흠이 치유돼 1심 공판 절차가 모두 적법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흠이 치유되기 위해서는 (1심 때와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도) 피고인에게 (따로 그 사건의) 국민참여재판 절차 등에 관한 충분한 안내가 이루어지고 숙고할 수 있는 상당한 시간이 사전에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따라 서울고법은 2심에서 김씨에게 국민참여재판 관련 절차를 충분히 안내한 뒤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다시 물어야 한다. 김씨가 충분한 숙고 뒤에도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1심 판결이 적법한 것으로 인정되지만, 반대로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고 답하면 1심 재판부터 다시 해야 한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