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도이치 옵션쇼크’ 손해배상 청구, 지금도 가능”

등록 2018-08-10 11:59

대법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3년, 아직 끝나지 않아”
“금융당국 조사결과 발표, 검찰 기소, 언론보도만으로
일반인이 ‘손해 및 가해자 알았다’고 단정할 순 없다”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도이치 옵션쇼크’ 사태와 관련해 2011년 3월9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도이치증권과 도이치뱅크 등을 압수수색해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도이치 옵션쇼크’ 사태와 관련해 2011년 3월9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도이치증권과 도이치뱅크 등을 압수수색해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2010년 11월11일 벌어진 ‘도이치 옵션 쇼크’의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금융당국의 조사결과 발표, 검찰의 기소, 언론의 대대적 보도만으로는 개인투자자들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것이 될 수 없어,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 3년이 그때부터 시작되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신 대법관)은 지난달 24일 도아무개씨 등 개인투자자 17명이 도이치증권과 도이치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개인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2심이 뒤집는 판결이 잇따른 가운데, 대법원이 ‘도이치 옵션 쇼크’ 관련 개인투자자들의 소송에서 첫 판결을 내린 것이다.

‘도이치 옵션 쇼크’는 옵션만기일인 2010년 11월11일 장 마감 직전 도이치은행이 도이치증권 창구를 통해 2조4400억원에 달하는 매도물량을 직전 가격보다 4.5~10% 낮은 가격에 쏟아내면서 해당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 200지수’가 247.51포인트 급락한 사건이다. 도이치은행과 도이치증권은 이에 앞서 주가가 떨어지면 이익을 보는 ‘코스피 200지수’ 풋옵션 상품을 16억원어치 사들여두고 있었다. 이로 인해 도이치는 448억여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고, 반대 포지션에 섰던 법인과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봤다.

이후 2015년 11월 도이치증권과 도이치은행이 옵션 쇼크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첫 민사 판결이 나왔고, 2016년 1월에는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한국도이치증권 박아무개 상무와 도이치증권 법인이 각각 징역 5년과 벌금 15억원 등을 선고받았다.

도이치 쪽은 법원 판결 뒤 이어진 소송에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나 배상책임이 없다’는 논리를 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민법 제766조)하는데, 금융위원회 조사결과 발표와 대대적 언론보도로 도이치 쪽의 시세조종 사실이 널리 알려진 2011년 2월23일 무렵에는 피해자들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봐야 하므로 도씨 등이 조정신청을 낸 2016년 1월에는 이미 3년이 지나 손해배상 청구권이 없어졌다는 주장이다.

1심 재판부는 도이치 쪽의 주장과 달리 ‘아직 소멸시효가 끝나지 않았다’며, 도씨 등 17명에게 모두 23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전문투자자가 아닌 개인투자자인 원고들로서는 관련 민·형사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시세조종의 정확한 사실관계와 위법성, 손해 발생과의 인과관계, 도이치은행 직원들의 위법행위가 도이치은행의 사무 집행과 관련돼 있는지 등을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원고들은 관련 민·형사 판결이 선고된 무렵에야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3년은 첫 민사 판결이 나왔던 2015년 11월 또는 형사판결이 있었던 2016년 1월로부터 계산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반면에, 2심 재판부는 ‘도이치 쪽의 불법행위 배상책임은 있지만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해,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도이치증권 등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징계 요구 및 영업정지 등의 제재 조처가 있었던 2011년 2월23일 무렵에는 원고들이 도이치 쪽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시세조종 행위가 있었던 2010년 11월11일과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다음 날은 물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조사결과와 제재 조처를 발표한 2011년 2월23일에 각각 대대적인 언론보도가 있었고, 같은 해 8월19일 검찰의 기소 발표 이후에도 대대적인 언론보도와 함께 국내 금융기관 및 보험회사 등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잇따른 만큼, “전문투자자는 아니라도 금융상품시장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풍부한” 원고들이 손해 사실과 가해자를 몰랐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2심 대신 1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금융위원회나 검찰의 조처, 언론의 대대적 보도가 있었더라도 전문가도 아닌 개인투자자들이 관련 내용을 모두 알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전문 금융투자업자가 아닌 개인투자자들인 원고들이 금융상품시장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비교적 풍부했다고 해도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검찰 등에서 알고 있었던 사항을 모두 알고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 시세조종의 위법성을 판단하려면 코스피200·지수차액거래·지수변동행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이를 다룬 형사판결문의 본문만 82쪽에 달하는데, 일반인의 입장에서 형사판결 선고 이전에 시세조종행위의 위법성이나 시세조종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런 점 등을 들어 “금융위 발표, 검찰 기소, 언론보도 등이 있었던 2011년 2월23일 또는 8월19일 무렵에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도이치 옵션 쇼크’와 관련해 아직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도 적어도 올해 11월 이전에는 추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아무개씨 등 개인투자자 11명이 도이치증권과 도이치은행을 상대로 낸 또 다른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지난 5월 항소심에서 원고청구 기각 판결을 받은 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