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임면수심 20대 잡아…생보자 등록해 급여도 빼앗아
미성년자를 꾀어 흔히 ‘앵벌이’로 불리는 구걸을 시켜 번 돈과 생활보장 대상자 급여를 가로챈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20대는 한편으로는 사회복지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부모가 헤어진 뒤 홀로 서울역 등지를 떠돌던 박아무개(16)군에게서 구걸로 번 돈과 생활보장 대상자 급여 1천여만원을 가로챈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미성년자 약취유인)로 김아무개(26)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서울역 근처 오락실에서 박군에게 접근해 “월 5만원만 내면 집과 식사를 제공하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뒤, 전철 역에서 구걸하도록 시켜 85일 동안 하루 10만원씩 모두 850만원 가량을 뺏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박군이 말을 듣지 않으면 둔기로 때리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씨는 또 같은 해 12월 박군이 혼자 살고 있는 것처럼 주민등록을 만들어 생활보장 대상자로 등록하게 하고 구청에서 입금한 급여 17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박군의 생활보장 대상자 급여를 가로챈 사실은 인정했지만 ‘앵벌이’를 시킨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는 이렇게 박군에게 돈을 빼앗으면서도 최근 홀몸노인과 고아를 돕는 한 사회복지단체의 일을 거들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씨가 일을 도운 단체 관계자는 “김씨가 한 달 반 가량 짐을 나르는 등의 자원봉사를 했다”며 “김씨가 단체 상담원 명함을 만들어 가지고 다녔다지만, 상담원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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