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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권력관계 자체가 ‘위력’인데…드러난 행위로 판단한 재판부

등록 2018-08-15 23:17수정 2018-08-15 23:18

‘안희정 위력 행사되지 않았다’ 판결
“권력형 성범죄 특수성 이해를” 비판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를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를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무죄 판결의 핵심 키워드는 ‘위력’이었다. 선고 전부터 여성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위력’과 관련한 법원의 판단에 새로운 지표를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재판부가 안 전 지사의 ‘위력’이 존재는 했지만 실제로 ‘행사’되지는 않았다고 판단하면서 “진전은커녕 퇴보했다”는 반발이 거세다.

그간 ‘위력에 의한 간음’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매우 소극적이었다. ‘위력에 의한 간음’이 1년이 넘는 징역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2013년 10월 부하직원을 성폭행해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ㄱ씨에게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가 사건 당시 몸에 꼭 맞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의사에 반해 강제로 벗기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관대한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환자를 간음한 혐의로 2014년 기소된 울산의 한 요양보호사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20대 연습생을 상습추행한 경기도의 한 공연업체 대표는 지난 3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미경 성폭력상담소장은 “업무상 위력 간음은 제대로 처벌이 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세간의 주목도가 높은 이번 판결을 통해 ‘위력’에 대한 기준이 새롭게 확립되기를 기대했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항소심에서는 권력형 성범죄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위력의 특수성을 재판부가 이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임다혜 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이미 권력관계 자체가 위력으로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간음이 발생하면 (피해자가) 자포자기한 상태로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특징이 있다”며 “일종의 착취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있으면 (가해자가) 굳이 외부로 드러나는 힘을 행사할 필요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외부로 드러난 저항행위로 성범죄 유무를 가늠하는 통상적인 판단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법이 아무리 현실보다 늦다고 하더라도 현실의 상식은 반영해야 한다. 현행법의 한계를 탓하며 ‘위력’을 부정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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