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월2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경제 검찰’ 지위를 이용해 20대 대기업에 퇴직 간부 채용을 강요하거나, 정부 승인 없이 기업에 재취업한 혐의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전·현직 간부 12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는 16일 정재찬 전 공정위 위원장과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노대래·김동수 전 위원장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12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대기업 등 16곳을 압박해 공정위 간부 18명을 채용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정년을 앞둔 고참 간부들을 대기업 등에 억대 연봉을 요구하며 ‘밀어내기 재취업’시키는 동시에, 공정위 내부적으로는 고위직 인사 적체 문제를 해소하려 했다는게 검찰 판단이다. 재취업자 중에는 3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18명이 받은 전체 급여는 76억원에 이른다.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공정위 퇴직 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중소기업중앙회 상임감사로 취업한 지철호 현 부위원장, 기업 부사장 또는 고문으로 취업한 김아무개 전 카르텔조사국장, 윤아무개 전 하도급개선과장, 장아무개 전 대구지방사무소장 등에게는 공직자윤리법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김학현 전 부위원장은 업무방해 혐의 외에 취업제한기관인 한국공정경쟁연합회의 회장에 재취업한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 현대차 계열사에 자녀들을 취업시킨 혐의(뇌물수수)도 적용됐다.
검찰은 “공정위는 독자적 취업 능력이 없는 ‘고참·고령자’ 거의 전부를 20대 대기업 대부분에 강제로 채용시켰다. 기존 채용 비리 사건이 유력 정치인이나 관료의 개인 일탈인 반면, 공정위 사건은 기업에 대한 막강한 규제 권한을 내세워 조직적으로 이뤄진 비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정위는 “수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공정위 차원의 쇄신 방안을 오는 20일 김상조 위원장이 직접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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