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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징용재판 지연 이유는…” 대법원의 ‘궁색한’ 해명

등록 2018-08-21 10:26수정 2018-08-21 12:52

대법원 “송달 때문에 상고이유서 늦게 접수”
심리불속행 만기 20일 전 일본기업에 통지
“상고기록 접수통지서 일본어 번역 문제” 해명
‘늑장 대응’ 비판 피하기 어려워
대법원은 지난 2012년 5월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해야한다는 판결을 내려 선고를 듣고 나온 관련 유가족들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법원은 지난 2012년 5월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해야한다는 판결을 내려 선고를 듣고 나온 관련 유가족들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심리불속행(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만기가 20일도 안남은 시점에야 관련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 스스로 심리 지연을 ‘방치’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5월 대법원은 일본 기업이 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급심에서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고, 일본 기업이 이에 불복해 상고하며 2013년 8월9일 대법원에 재상고심이 접수됐다. 같은 사건이 별다른 사정 변경 없이 다시 상고된 터라 심리불속행이 마땅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5년간 대법원에서 방치된 끝에 지난달에야 갑자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그런데 대법원은 지난 20일 입장을 내고 “이 사건은 심리불속행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심리불속행 여부 판단은 상고장을 낸 일본 기업이 소송기록 접수 사실을 송달받고 이후 상고이유서까지 낸 뒤 이뤄진다. 이번 사건의 경우 국외송달이 늦어지면서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겼다는 게 대법원 설명이다. 심리불속행 마지노선은 상고기록 접수일로부터 4개월인 그해 12월9일이었다.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긴 뒤 상고이유서가 적법하게 접수되면 원천적으로 심리불속행 판결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 기업 쪽이 소송기록 접수 사실을 통보받은 것은 심리불속행 만기를 6개월가량 넘긴 2014년 5월7일이었다. 이들은 5월26일 상고이유서를 접수했다.

하지만 <한겨레> 취재 결과, 대법원은 상고심 접수로부터 3개월 뒤인 2013년 11월22일에야 일본 기업 쪽에 상고기록 접수를 통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시점은 심리불속행 만기를 불과 20여일 앞둔 시점이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국외송달의 경우 상고하는 쪽에 한국어와 일본어로 된 상고기록 접수 통지서를 보내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상고인 대리인이 선임되지 않았던 터라 통지서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외송달의 경우 헤이그협약에 따라 일본 외무성 등을 거쳐서 소송 당사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국내 소송보다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던 점에 비춰, 대법원이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각종 국제소송이 밀려드는 상황에서 ‘번역 미비’를 이유로 한 해명도 다소 궁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관계자는 “2014년 5월부터는 재판양식시스템을 구축해 이같은 번역 문제를 해소했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통례에 따라 송달업무를 수행했다. 다른 사건들에 비해 특별히 지연됐다고 볼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게다가 이 시점 이미 법원행정처는 해당 소송을 의도적으로 미루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었다. 2013년 9월 사법정책실이 작성한 문건에는 “피고 측 변호사를 통해 외교부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하게 한다”, “국외송달을 핑계로 자연스럽게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긴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신일철주금 쪽 대리인이 법원행정처와 교감하며 소송위임장 제출을 늦추고, 법원행정처와 외교부 및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긴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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