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탑승시키지 않고 버스를 출발한 시내버스 운전기사에게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 인권교육을 수강할 것을 권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회사 대표에게도 해당 운전기사 주의조치와 함께 소속 운전자들에게 장애인 편의 제공 교육 등을 하라고 권고했다.
지난 2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ㄱ씨는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버스 정류소에서 저상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운전기사 ㄴ씨에게 휠체어 리프트를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ㄴ씨가 ㄱ씨를 탑승하지 않고 정류소를 출발하자 ㄱ씨는 “장애인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에 ㄴ씨는 “다른 승객이 승하차하는 중이라 뒷문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내려달라는 ㄱ씨의 요청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며 고의로 승차거부를 한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고의성’을 두고 양쪽의 주장이 갈렸으나 인권위는 ㄱ씨의 손을 들어줬다. ㄴ씨가 “백미러로 뒤쪽을 보니 전봇대에 가려져 있던 휠체어가 보였고, ㄱ씨가 휠체어 리프트를 내려달라고 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는 점, 사건 당일 이 내용을 회사 상부에 보고한 점을 미루어 봤을 때 ㄴ씨가 장애인 차별행위를 했다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된 저상버스를 운행하는 운전기사라면 일반버스 운전자보다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저상버스를 운행하려면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야 하며, 충분한 승하차 시간을 주어야 한다”며 “ㄴ씨의 행위는 ‘승하차할 여객이 있는데 정차하지 않고 정류소를 지나치는 행위’를 금지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로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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