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자대학교가 5주간 교내에서 합숙을 시키며 진행되는 인성교육이 헌법상 자유권을 침해하므로 폐지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인권위는 23일 “지난 3월 서울여대 총장에게 해당 과목의 합숙방식 폐지 또는 선택 과목으로의 전환 등 개선을 권고했으나, 최근 대학이 합숙방식과 교양필수과목 형식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서울여대의 ‘바롬인성교육’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1학년은 3주간, 2학년은 2주간 총 5주간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합숙형 인성교육이다. 이 교육은 학생 16명이 한 숙소에서 생활하며 아침 7시15분 영어교육으로 시작해 밤 10시 생활교육교사와의 만남의 시간 등의 일정을 소화하게 짜여 있다. 합숙 기간 외출·외박, 음주·흡연이 통제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학점상의 불이익을 받는다.
이에 서울여대 학생 ㄱ씨는 지난해 3월 “서울여대 바롬인성교육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가 지난해 6월 서울여대 학생 21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4.3%(140명)는 ‘합숙을 원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일부 응답자는 ‘합숙 기간 아르바이트를 못 해 그만둬야 했다’, ‘월세방에 들어가지 못함에도 월세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사생활 등에 제약이 있다’ 같은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권위는 지난 3월 “교육내용이나 방식은 대학 자율이지만 교육받는 학생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면 안 된다”며 합숙방식을 폐지하거나 선택 과목으로 바꿀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최근 전혜정 서울여대 총장은 인권위에 “해당 인성교육은 학교 개교 당시부터 이어져 왔으며, 높은 교육적 성과를 내고 있어 유지하겠다”면서 “다만 별도의 정책연구를 통해 교육내용과 운영지침을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권위 관계자는 “서울여대가 교육내용과 운영지침을 개선할 계획이라 하더라도, 당초 권고 취지와 달리 여전히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합숙 형식으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은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공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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