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헌재의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판결과 대체 복무제 마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에 대해서는 합헌, 대체 복무제가 없는 병역법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종교적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8명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뒤에도 무죄 선고가 꾸준히 이어져 2004년 첫 무죄 판결 이래 104건에 달한 만큼 30일 공개변론을 앞둔 대법원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을 끈다.
창원지법 형사1부(재판장 류기인)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정아무개씨 등 양심적 병역거부자 8명에게 23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군사훈련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입영을 거부한 것은 확고하게 정립된 양심의 자유에 따른 것이므로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현행 병역법하에서의 입영 거부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항소심에서는 2016년 10월 광주지법 형사3부(재판장 김영식)가 3건, 지난 2월 부산지법 형사2부(재판장 최종두)가 1건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이 있었다.
재판부는 지난 6월28일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헌재 결정 이유 등에서 자세히 나온 것처럼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국방력에 유의미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반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 절차를 마련하고 현역복무와 형평성이 확보되도록 제도를 설계한다면 대체복무제는 병역자원을 확보하고 병역부담의 형평을 기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헌재 결정 이후에도 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26일부터 23일까지 14건의 병역법 위반 혐의 무죄와 1건의 예비군법 위반 혐의 무죄 판결로 양심적 병역거부자 15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특히 무죄 판결문에는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헌법재판관 다수 의견을 적극 받아들인 경우도 있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6단독 김승주 판사는 “재판관 강일원·서기석은 병역법 처벌조항에 합헌 의견을 밝혔으나 이 처벌조항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고 양심적 병역거부가 처벌조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현역병 입영 처분을 할 수 없는데도 유죄 판결을 한다면 국가가 피고인의 헌법상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대법원은 오는 30일 공개변론을 열고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을 듣는다. 검찰은 “대체복무제 도입은 찬성하지만, 현행법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형사 처벌을 반대하는 헌법재판관 다수 의견과 하급심 무죄 판결에 대법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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