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수신 사기 피해자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빼돌린 혐의를 받는 ㅂ시민연대 대표 ㄱ씨의 강연 영상 갈무리.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국내 최대 유사수신 사기사건인 ‘조희팔 사건’ 등 유사수신 사기 피해자의 등을 친 사기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유사수신 피해자 5000여명으로부터 총 20여억원의 기부금을 받아 편취한 혐의(상습사기)로 ‘ㅂ시민연대’ 대표 김아무개(50)씨를 붙잡았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씨는 2008년 조희팔 사건이 발생하자 피해자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빼돌리기로 마음먹고 ‘유사수신 피해 회복 및 진실 규명’을 목적으로 하는 ㅂ시민연대를 설립해 피해자들을 가입시켰다. 이후 2015년 유사수신 사건인 ‘해피소닉글로벌 사건’이 발생하자 이들 피해자에게도 접근해 총 1만3000여명을 회원으로 확보, 이 가운데 5000여명으로부터 받은 기부금 2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2008년 1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매주 전국을 1~2회가량 돌아다니며 피해자모임을 개최하고 “우리 단체가 피해금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단체로, 조희팔의 은닉자금 가운데 600~700억을 찾았다”, “민사소송 명단에 들어가려면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하는데 (ㅂ시민연대) 기부금 납부 내역도 실적에 들어간다”라며 피해자들에게 사무실 운영비·활동비·연수원 건립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걷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또 피해자들로부터 더 많은 기부금을 받아내기 위해 카페 댓글 활동내용·기부금 액수 등을 기준으로 회원 등급을 나누고, 높은 등급의 회원들이 먼저 민사소송에 참여해 피해금을 회복할 수 있다고 속이는 등 피해자들 간 기부금 납부 경쟁을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의 활동에 비판하는 인터넷 카페 댓글이나 게시글은 즉시 삭제하고 해당 글을 쓴 회원을 배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김씨의 이런 설명은 모두 꾸며낸 말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가 피해자들의 피해복구를 위해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등 피해복구와 관련해 활동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부금 가운데 일부를 사무실 운영비로 쓰긴 했지만, 노래방·마트 등에서 9000여만원을 쓰고 4억8000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하는 등 개인적으로 쓴 정황도 확인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조만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김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범행에 노출되기 쉬운 유사수신 피해자들 대상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첩보를 지속 입수해 수사해나갈 방침”이라며 “유사수신 피해자들도 피해금을 찾아 주겠다는 말로 돈을 요구하는 경우 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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