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규제프리존법 졸속 합의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규제프리존법 개악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국회 교섭단체 3당은 규제프리존법 등을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일괄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을 하겠다며 내놓은 정책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영리화’ 정책과 다르지 않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혁신성장론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가한 보건의료 및 시민단체 인사들은 정부가 내놓은 의료분야 규제완화 방안이 의료 공공성을 위협한다며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먼저 연구중심병원에 의료기술 특허 사업화를 위한 ‘산병(산업-병원)협력단’ 및 ‘첨단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영리자회사’와 닮은꼴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분당차병원 등 10개 의료기관이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의료법상 병원은 비영리기관으로 자본이 직접 투자하고 이윤 배당을 받을 수 없다. 자본은 이러한 법을 우회할 산병협력단 등 조직 설립 허용을 요구해왔다”며 “병원이 자체 산병협력단 자회사에서 만든 장비·약품을 사용할 것이 자명하므로, 과잉진료·의료비 상승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규진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도 산병협력단 설립 허용이 의료영리화를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일본은 연구중점병원을 12개만 선정하는 등 연구능력을 철저히 검증하며, 연구 영역의 상업화에 대한 경계가 존재한다”고 소개했다.
체외진단기기 등 의료기기 판매 전에 시행하던 신의료기술평가(140~250일 소요)를 시장진입 이후에 하겠다는 ‘선 시장진입-후 평가(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방안이나 잠재가치평가를 통한 혁신·첨단기술 시장진입 허용 등과 관련해서도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정책”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정형준 정책실장은 “절차를 축소하는 것은 국민 안전을 내버리고, 불필요한 의료기기를 허가해 건강보험 재정 낭비 구조를 합법화하는 것”이라며 “민간 의료기관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부작용 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후평가와 퇴출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기기 규제완화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규진 교수는 “유럽은 체외진단기기 등 의료기기 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에 의료기기를 수출하려면 강화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고 소개한 뒤 “규제완화는 결국 국내용에 그치는 허술한 의료기기 난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짚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임숙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장은 “산병협력단 허용은 기존 산학협력단이 병원까지 포괄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확대하려는 취지”라며 “정부 입장은 환자 치료를 위해 도움이 된다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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