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학과 학생들에게 매년 아동연극(동극) 공연 준비를 강요한 대학교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학생들이 참가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개선하라”고 28일 권고했다.
인권위의 설명을 종합하면, ㄱ대학교 보육학과 학생 1~3학년 전원은 매년 동극 공연 준비를 강요받았다고 한다. 학생들은 3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약 두 달간 중간고사 기간을 제외하고 평일 4시간 이상 소품 및 의상 준비를 했으며, 공연을 앞두고서는 주말과 공휴일에도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공연 준비를 해야 했다.
이 학과 학생 상당수는 인권위 조사에서 동극 참여가 강제적이었다고 증언했다. 인권위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보육학과 재학생 162명 중 93명이 “동극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지만, 선배나 교수가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고 해 참석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71명은 “(동극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거나 시작할 엄두도 낼 수 없었다”고 답했으며, 89명은 “밤늦게까지 동극 준비를 하거나 시험 전까지 공연 준비를 해야 해서 수업 및 과제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학과 측은 “학생들이 공연 준비를 통해 취업 이후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험을 습득해 결과적으로 보육학과 학생들의 취업과 이후 활동에 많은 도움을 줬다”며 “참석과 관련해 개개인의 의사를 반영하면 현실적으로 높은 수준의 공연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동극이 학생들의 취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거나 취업 이후 경험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학과에서 학칙 등 관련 근거 없이 학생회와의 협의만을 근거로 학생 개개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참석을 강제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동극 공연 준비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보다 학생 개개인의 기본권 제한이 지나치다”며 “학생들이 동극 참가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관련 관행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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