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파주지역에서 5년째 활동중인 탐조동아리인 ‘새와 사람 사이’ 회원들. 사진 박경만 기자
“예전에는 주변에서 가장 흔하고 친숙했던 새인데, 지금은 쉽게 볼 수 없고 점점 잊혀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조사에 나섰습니다.”
경기도 고양·파주지역에서 활동하는 탐조동아리인 ‘새와 사람 사이’(새사이) 회원 신원임(56)씨가 ‘제비 육아일기’를 전시하게 된 이유를 소개했다. 신씨는 “해마다 둥지를 찾아와 번식하는 제비는 우리나라가 고향이나 다름없는 새”라며 “예전엔 한옥 처마 아래에 둥지를 틀었는데 지금은 고향을 찾아와도 집 지을 곳이 마땅치 않아 시장 천막 안이나 가로등 위에다 집을 짓는 등 둥지 형태가 다양해졌다. 열악해진 환경에서도 사람과 더불어 살기 위해 변신을 시도하는 모습이 안쓰럽다”고 덧붙였다.
신씨를 비롯한 ‘새와 사람 사이’ 회원 17명은 동아리 5돌을 맞아 22일부터 고양 아람누리도서관 갤러리 빛뜰에서 활동을 담은 사진 전시회를 열고 있다.
숲 해설가, 직장인, 주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회원들은 2012년 생태전문가인 고양 장성초 김석민 교사의 지도 아래 동아리를 꾸려 2013년부터 5년째 매달 2~4회 정기 탐조를 진행해오고 있다. 철새 이동 시기에 맞춰 소청도 등 서해안 섬이나 동해 먼바다까지 배를 타고 나가 선상 탐조를 하기도 한다. 지난해부터는 보르네오섬과 대만까지 원정 가서 국내에 없는 새 수백종을 조사하는 등 탐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은 중학생 생태동아리와 함께 고양시의 제비 조사와 정발산 조류 모니터링을 하는 등 단순 취미활동을 넘어 지역사회 재능 나눔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는 파주 삼릉의 조류를 계절별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탐조동아리인 ‘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한 회원이 지난 24일 사진전을 찾은 관람객에게 새에 관한 해설을 들려주고 있다. 사진 박경만 기자
회원들은 고양시의 도·농 복합마을인 구산·법곳동, 삼송·대곡·원당·행주·능곡·강매동 등을 대상으로 2015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제비가 1차 번식을 시작하는 5월 중순부터 2차 번식을 하는 7월 중순까지 집집마다 방문해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이 결과 올해 제비 둥지 수는 주변에 농경지가 많고 한강하구가 자리한 구산·법곳동이 42개로 가장 많았고 대곡동, 행주내외동 순으로 나타났다. 도시화가 진행된 원당은 지난해 10개에서 올해 5개로 줄었다.
‘제비 육아일기’는 삼짇날(음력 3월 3일)부터 여름철새인 제비가 찾아와 벽에 흙을 붙여 집을 만들고 알을 품어 새끼가 태어난 뒤 강남(동남아시아 등)으로 떠날 때까지 고양시 제비 가족의 일대기를 담았다.
신은주(50) 새사이 회장은 “파주 삼릉은 주변의 숲이 울창해 소쩍새, 솔부엉이 등 54종이 서식하고 있고, 특히 까막딱따구리와 아물쇠딱따구리 등 딱따구리종이 대부분 서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탐조활동을 통해 새와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새들이 살 수 없을 정도의 공간이 되면 사람도 살 수 없으므로 지나친 개발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31일까지 열리는 전시회 동안 회원들이 새에 관한 해설을 들려주고 새 모형의 나무에 알록달록한 옷을 입히는 시민체험마당도 운영한다.
글·사진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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