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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세 아이 아빠인데…놀이공원 “장애인은 보호자 있어야”

등록 2018-08-29 13:26수정 2018-08-30 09:33

성인 장애인에게도 무조건 보호자 요구
피해자·장애인단체 인권위에 진정서 내
“장애인들을 어린 아이 취급하는 것”
성인인 장애인에게도 놀이기구를 이용할 때 보호자를 동반하라고 요구한 놀이공원에 대해 직접 피해를 겪은 이들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성인인 장애인에게도 놀이기구를 이용할 때 보호자를 동반하라고 요구한 놀이공원에 대해 직접 피해를 겪은 이들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 9일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는 롤러코스터를 타려는 시각장애인과 놀이공원의 갈등을 다뤘다. 놀이공원이 ‘시각장애인은 안전을 위해 별도의 안전교육이 필요하다’고 하자, 시각장애인 딸을 둔 엄마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이 에피소드는 2015년 에버랜드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을 극화해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내용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놀이공원에서 각종 차별을 겪었던 장애인들은 29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호자’ 요구하는 것이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날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들을 어린아이 취급하는 놀이공원에 대해 인권위는 시정을 권고해달라”고 주장했다.

청각장애 2급인 배성규(39)씨는 지난 4월 지인들과 에버랜드에 놀러 갔다가 직원으로부터 “놀이기구를 타려면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배씨가 ‘장애인 우선 탑승제도’를 이용하려 하니 직원이 “신체 건강한 성인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며 보호자를 대동하고 오라고 한 것이다. 배씨가 “특수교사로 재직하고 있고 이동에 어려움이 없다”며 교사 자격증까지 제시했지만, 에버랜드 쪽은 “회사 방침”이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배씨는 “20년 가까이 교사로 일하고 있으며 세 아이의 아버지이고 나이가 마흔 가까이 됐음에도 ‘보호자가 있어야 놀이기구를 탈 수 있다’는 현실에 화가 났다”며 “이동상 어려움이 없는 청각 장애인이 놀이기구를 탈 때 보호자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보호자의 필요성을 장애인 본인이 아닌 타인이 판단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말했다.

뇌병변 3급인 전원용(36)씨도 “장애인 혼자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없다”며 탑승을 거부당한 경우다. 지난 5월 교회 아이들을 인솔해 서울랜드에 간 전씨가 아이들을 모두 태우고 혼자 놀이기구를 타려고 하자, 직원이 ‘장애인은 반드시 보호자를 동반해 탑승해야 하며 혼자서는 이용할 수 없다’며 탑승을 막았다. 해당 놀이기구는 키가 110cm 이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였다. 이에 전씨가 민원을 넣자, 서울랜드 쪽은 “‘정신장애인’은 놀이기구를 탈 때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전씨가 “‘정신장애인’이 아니라 뇌병변 장애인”이라고 정정을 요구했지만 서울랜드 쪽에서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발달장애가 있는 이찬(21)씨의 경우엔 롯데월드 연간이용권을 끊고 다섯 번 방문에서 문제없이 놀이기구를 탔지만, 지난 18일 여섯 번째 방문에서 “장애인은 동반자를 동행해야 탈 수 있는 규정이 있는데 그동안 제대로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았다”며 탑승을 거부당했다.

이들은 놀이공원의 이런 행태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는 “성인임에도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보호자 동반을 강요하며 놀이기구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당사자들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세 놀이공원은 모두 당사자들이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 진정을 맡은 이주언 변호사는 “장애의 종류가 너무나도 많음에도 놀이공원은 모든 장애인에게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며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는 이런 행위는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과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박김영희 장추련 상임대표는 “한국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했다며 외국에 자랑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장애인은 보호자가 있어야만 놀이공원에 갈 수 있다”며 “이는 장애인은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 돌봄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낙인찍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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