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후배의 빌라에 침입하려다 5층에서 떨어져 허리뼈 일부가 골절됐으나, 친구 집 베란다 난간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되었다고 보험회사를 속여 수억 원을 빼돌린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5층 빌라 베란다에서 떨어져 허리뼈 일부가 골절되었으나 하반신이 마비된 것처럼 속여 보험회사로부터 장해진단비 명목으로 3억9천만원을 빼돌린 박아무개(36)씨를 사기 혐의로 붙잡았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박씨는 2013년 10월 초 함께 술을 마시다 헤어진 여자 후배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울 강서구에 있는 후배의 빌라에 침입하려 가스 배관을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주소를 착각한 박씨는 옆집으로 잘못 들어갔고 주인에게 발각되자 도망치기 위해 베란다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박씨는 이 사고로 허리뼈 일부가 골절됐으나 “친구 집 베란다 난간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다 실수로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됐다”고 보험회사를 속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박씨가 4개의 보험회사로부터 장해진단비 명목으로 받은 돈은 3억9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자신의 배우자가 의사인 점을 이용해 평소 알던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으며 담당 의사에게서 장해진단서를 발급받았다. 또 재활치료를 받은 병원의 경과일지에 상태가 호전되어 독립보행이 가능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자 이를 치료병원에는 알리지 않고 의무기록지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재활치료 기간에 직접 승용차를 운전하며 돌아다니다 여러 건의 교통사고를 일으킨 바 있었다. 또 경찰은 박씨가 국가장애인등록을 신청했으나 하반신 마비가 아닌 것으로 결정된 사실도 파악했다.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추궁한 끝에 박씨가 결국 범죄사실을 인정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에 대해 “장해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에 의학적으로 한계가 있고 우선으로 환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장해진단서를 발급할 때보다 정밀한 신체감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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