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 난민신청자 2명, 의식불명으로 응급실 실려가

20일·6일째 단식 이어가다 의식 잃어
“난민법에 따른 절차 진행해 달라”

공정한 난민심사를 요구하며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단식농성 중이던 이집트인 난민신청자 아니스(28)가 4일 저녁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난민과 함께하는 공동행동 제공

난민 지위 인정과 공정한 난민심사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이던 이집트인 난민신청자 2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난민과 함께하는 공동행동’(공동행동)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4일 저녁 6시40분께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20일째 단식농성 중이던 아니스 아흐마드 샤하다(28)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데 이어, 저녁 7시40분께에는 6일째 단식 중인 무함마드 무나(30)도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공동행동 쪽은 이들이 한때 의식을 잃고 발작 증상을 보이기도 했으나, 현재는 수액을 맞고 일반병실에 옮겨졌다고 전했다. 이들은 최소 3~4일간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에서 언론인이었던 아나스씨와 의과대학생인 무나씨, 반정부 활동을 했던 자이드 압델레만(35) 등 이집트인 3명은 허술하고 장기화된 난민심사 등에 항의하며 지난달부터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단식농성을 해왔다. 앞서 이들은 반정부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이집트 군사정부의 박해를 받을 수 있다며 난민 신청을 했다. 아나스와 자이드는 법무부로부터 ‘불인정 처분’을 받아 이의 제기한 상태고, 무나는 1차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공동행동은 5일 오전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난민신청자들의 장기간 단식에 응답하지 않는 정부를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지난 8월24일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과 면담했지만 요구사항을 전달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며 단식을 풀 것을 종용했을 뿐”이라며 “해당 부처인 법무부는 어떤 공식적인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이어 “이들의 요구는 너무나 단순하고 명확하다. 한국이 가입한 난민협약과 스스로 제정한 난민법에 따라 자신들을 대우해달라는 것”이라며 “난민법에 정한 기한을 훨씬 넘겼음에도 여전히 이들이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홀로 남아 19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자이드는 “한국에서 난민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분쟁은 우리 탓이 아니다. 우리의 요구는 한국의 법을 지켜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mail]